[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총선 정국에서 사실상 입법 기능을 상실한 국회를 향해 비판의 포문을 다시 열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주요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여야가 공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민생·경제 법안의 통과가 뒷전으로 밀려난 현 상황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완곡한 표현으로 '국민 심판론'을 재차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선거 기간 동안 멈춰있는 3~4개월 동안 국민들을 위해 정치권과 국회가 아무 일도 못하고 오직 각자의 정치만 하고 있다면 그만큼 잃어버린 시간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총선으로 국회가 법안 처리라는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상황을 국민과는 거리가 먼 '자기 정치'의 결과물로 정의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세계경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 경제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또다른 IMF와 같은 국가적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며 여야의 총선 대결로 민생·경제 법안 통과가 늦어지는 시간 만큼 '잃어버린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제 각 당의 일정이 마무리되면 국민들과 국가경제보다는 선거에 이기기 위한 격렬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언제나 선거에서는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항상 공허함으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 정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서도 막상 선거 전략과 표대결에 몰두해 민생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 심판론을 에둘러 제기한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들에게 민생을 돌보는데 총력을 다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대목에서도 “본인들의 정치를 위해 나라와 국민의 경제시계가 멈추지 않도록”이라고 말해 자기 정치에 여념이 없는 국회의 실정을 부각시켰다.
그동안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대국회 압박 수위를 높이던 박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직무유기'를 거론하며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에는 대구·부산·충남 등에서 광폭의 경제행보에 집중하면서 국회 압박을 자제했다.
하지만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처리를 위한 총선 전 마지막 기회인 3월 임시국회가 선거 국면으로 인해 의사일정조차 협의되지 못하고 쟁점법안의 자동폐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의도를 향한 포문을 다시 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이제 정부에서 시급하게 처리를 요청한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은 요원할 수 있다”면서도“각 수석들은 부처와 협력해서 공무원들이 선거를 지켜보면서 손을 내려놓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