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0일 총선 직후 결과와 상관없이 당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천 파동’에서 구겨졌던 자존심을 ‘옥새 투쟁’으로 회복한 뒤 본격적인 대권 행보가 시작됐다는 평이다. 김 대표가 총선 뒤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7월로 예정된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총선 승패에 관계없이 선거를 마무리 한 이후에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총선이 끝나면 뒷마무리를 잘하고 사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여러분께 수십 번 약속했던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한 정치혁신 결정판인 공천제도 개선, 국민공천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100% 지키지 못한데 대해, 또 그 문제 때문에 당이 일대 혼란이 있었고 언론보도에 정신적 분당 사태란 표현도 나올 정도로 사태 맞게 된 것, 당 대표로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100% 상향식 공천제 관철 실패 및 공천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대권 행보냐’는 질문에는 “내가 내 입으로 한 번이라도 대권 얘기한 적 있냐. 선거 끝날 때까지 그런 얘기 안했으면 한다”며 대권과의 연계는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김 대표의 사퇴 선언을 사실상 본격적인 대권 행보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새누리당 규정상 대선 출마자는 선거 1년6개월 전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총선 직후 승패와 관계없이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여당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에서 선두를 달려온 김 대표가 총선이후 정국이 대권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것으로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김 대표가 비록 이날 대권도전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그 의지는 분명하게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해 미국 방문시 기자들에게 ‘나는 대선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없나’라는 질문에, “자격이 없다가 아니고 자격이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질문을 정정,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가 여전히 그런 길을 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추면서도‘정치지도자’로서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답변하며 자신의 강점을 내세웠다.
김 대표는 “청와대, 정부에 있어본 경험, 5선 국회의원을 지나면서 국정운영 이런 것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 있냐”며 “국가운영, 국가리더십은 권력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력 생리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그래야만 권력을 다룰 줄 알고, 유능하지만 집단이기주의라든지 보신주의에 빠진 공무원들을 자기 역량을 100% 발휘하는 분위기의 공직사회로 만들 것인가, 어떻게 국론통일을 잘 해나갈 것인가, 여러 정책 결정, 국회 법 통과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야당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것이 권력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권력의 부침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나름대로 연구해 온 입장”이라며“조금 잘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며 대권주자로서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대망론’이 일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생각이 있다면 자기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골라 당당히 선언하고 활동하길 바란다”며“새누리당은 환영 한다”면서도“그런 민주적 절차에 따라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이후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이뤄지면 새누리당내에서는 대권 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