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공식일정에 앞서 미국, 일본, 중국 정상과 연쇄 회담을 가지며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북핵 외교전에 나선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을 가지며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하는 한·미·일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한·미, 한·미·일, 한·일, 한·중 정상회담 순으로 이날 하루에만 한반도 안보 관련 주요 3개국 정상을 릴레이로 만나는 외교 강행군에 나서는 것이다. 4개 회담은 총 3시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북제재 협의를 위해 미·중·일 정상과 전화회담을 가진 바 있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직접 대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미·중·일 연쇄 양자회담과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양자·다자 차원의 대북 포위망을 보다 촘촘히 함으로써 북핵 포기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최근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안 채택과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강력한 독자제재에도 불구하고 도발 위협 수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5차 핵실험까지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대화, 교류, 제재 모두가 평화통일을 위한 도구일 수 있지만 지금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전방위 대북제재 만이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낼 유일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밝혔다.
또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면 북한의 핵능력은 계속 고도화돼 한반도의 앞날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치게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질서의 기반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그러한 파국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고 일관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이번 연쇄 회담을 통해 유엔 안보리와 국가별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여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5차 핵실험 등의 추가 도발을 원천봉쇄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취임후 5번째 회담
우선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취임 후 다섯 번째 정상회담에서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재확인함으로써 유엔 안보리 결의를 거부한 채 핵선제 타격으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 등 대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방안과 북한의 전략적 셈범을 바꾸기 위한 공조 체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 3차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의 주도적 역할로 도출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이행을 독려하고 각국별 독자 제재조치를 조율함으로써 대북 압박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안혹 변화를 거부하는 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미·일의 강력한 북핵불용 의지를 알림으로써 다른 국가들이 보다 강화된 대북 압박 조치를 낼 수 있도록 견인해 나가자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3국 정상은 북핵 문제와는 별도로 이번 회의를 계기로 기후변화나 대테러협력, 보건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논의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이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11월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피해자 협상이 타결된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 마주앉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서도 위안부 문제의 완전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란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다뤄질 경우 그동안 취해 온 기조대로 양국 합의안에 대한 '온전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의 7번째 회담 '성과' 관심
박 대통령의 이날 연쇄 정상회담 일정은 시 주석과의 일곱 번째 한·중 정상회담으로 마무리된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 계기 정상회담 이후 6개월 만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렛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대신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고수해온 중국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중 및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북핵 문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중 관계가 변함 없이 역대 최상의 관계라는 점을 우선적으로 재확인할 전망이다.
이어 두 정상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중국의 충실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정상 차원의 보다 긴밀한 협력을 다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면서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감내하기 힘든 단호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도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보다 효과적인 대북 압박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언급했다.
다만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철저한 이행 의지를 보이면서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일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더해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의에 여전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회담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환영 리셉션과 업무만찬 참석으로 핵안보정상회의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박 대통령은 업무만찬에서 핵테러 위협의 변화 양상과 이에 대응한 국제공조 필요성을 강조하고 핵안보 차원에서 북한 핵개발의 위험성을 제기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