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정국 헤치고 차기 '큰정치' 기틀 준비 절호의 기회
4선 관록에 충청권 '포스트 JP'(김종필 전 총재) 후계 굳혀
3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 당선을 확정지은 정진석 당선인이 4일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 정치권 안팎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자고나니 정진석'이란 말이 돌 정도로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정의화 국회의장을 예방하는 것을 시작으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대표와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인사차 방문 등으로 빼곡한 일정을 이어간다.
정 신임 원내대표에 쏠린 눈은 우선 그가 지난 총선에서 혹독한 민심의 회초리를 받아좌초위기에까지 몰릴 만큼 흔들리는 집권여당의 실질적 사령탑에 올라 당의 사활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다.
122명의 새누리당 당선인들이 정 신임원내대표를 선택한 것도 '강한 리더십'을 절실히 원했고, 그 적임자 역시 정진석 당선인임을 입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지금 새누리당의 원내 사령탑에겐 사실상의 '비상 대권'을 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차기 지도자길 닦을 절호의 기회
더욱이 이번 20대 국회 원내사령탑 자리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말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 정권탄생을 준비하는 '구원과 선발을 겸한' 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정치력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점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확정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라든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라고 하는 '노회한' 카운트파트들, 그리고 4일 중으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원내 1당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등과 역대 최고의 협상력을 발휘, 16년만의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가야 한다는 상징성이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의 정치행보는 이미 단순한 선수 4선의 당내 중진의원급이 아닌 집권여당 최고 '지휘자'이자 국정의 한 축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원만한 정치력과 협상력으로 국정조율 능력이 검증될 경우 일약 '큰정치'를 위한 행보로 이어질 수 있는 자리에 오른 셈이다.
특히 그간 한국정치의 고질과도 같았던 영호남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대중국 환황해경제중심주의의 주창자로 알려진 정 신임 원내대표는 차기 충청권을 비롯한 중부권 정치지도자로서 부상할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때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승승장구, 마침내 총리에 까지 올랐다가 몰락한 이완구 전 총리가 새누리당 충청권 첫 원내대표로 발탁된 것과도 대비된다. 당시 이 전 원내대표는 경선없이 원내사령탑에 올랐지만 정 신임 원내대표의 경우는 다르다. '포스트 JP(김종필 전총재 애칭)' 곧 차기 충청권 맹주자리를 굳히며 영호남 패권정치를 허물 진정한 정치지도자로 자리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아픔 이겨낼 줄 아는 저력과 뚝심의 소유자
그렇다고 해서 그가 흔히 '자고나니'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6.4ㅣ지방선거에서 한국의 부끄러운 민탗이 고스란히 드러난 '세월호사건' 발발로 인해 뜻하지 않은 패배와 야인생활의 아픔을 이겨내며 당당히 국회에 입성한 저력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가뿐히 넘은 정 신임 원내대표는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가야 한다”며 “오로지 믿는 것은 국민뿐이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밝힌 당선 소감에서도 보여지듯 국민을 위한 눈높이 정치를 천명했다고 할 수 있다. 다분히 지난 총선 패배를 거울삼아 심기일전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보여진다. 이어 그가 “우리에겐 1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며 “이 시간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다”고 운을 뗐던 것도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서 조속히 기울진 배의 키를 쥐고 안정화시켜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정 원내대표는“18개월 후에 뭘 이뤄야 할지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새누리당 마무리 투수겸 선발 투수를 하겠다. 박근혜 정부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정권의 선발투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평소 그의 성격처럼, 지혜로우면서도 강한 성격이 소유자이지만 지금 절신한 것은 당의 단합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은 어려울 수록 당이 뭉쳐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 대야 협상력과 정치력 시험대
즉 그는 “저 혼자는 어렵다. 우리가 다 함께 고단한 여정을 함께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뭉쳐야 한다.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당선후 일성으로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협치와 혁신을 통해 우리의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며 “당선인 한명 한명 지혜와 역량을 모아 자율성, 정책전문성을 극대화해 최고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 등 돌림 민심, 회초리 든 민심을 되찾아오겠다”며 “저는 많이 부족하고 부덕한 사람이다. 한분 한분이 한 배를 탔다는 공동운명체라는 공적사명감으로 뭉쳐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오늘 그리고 246호(경선 장소)를 떠나는 순간부터 지난 열흘 동안 있던 선거를 잊어달라”며 “누구는 세모 누구는 동그라미를 잊어달라”고 화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아뭏든 집권 여당으로서는 여소야대의 난국을 헤치고 국정의 안정화와 차기 대권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면, 충청권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차기 '큰정치' 기틀을 다지는 더없는 기회가 그에게 부여될 것이라는 점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