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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설] 언제까지 안전불감증 타령만 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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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스크린도어 수리공의 죽음이 던지는 교훈

죽음보다 슬프고 비통한 것은 없다.  지난달 28일 19세 비정규직 청년이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너무너무 안타깝다. 슬픔을 금할 길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을 잃은 유가족분들이야 가슴이 미어질 일 아닌가.  한 청년의 죽음이 온 사회를 슬픔으로 가득 차게 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죽음이고 슬픔이다. 고인은 전동차 기관사가 꿈인 19세 사회 초년생이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열악한 조건에서 일을 했을 고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바쁜 작업 중에 가방에 넣어 두었던 뜯지 못한 컵라면이 고단했던 고인의 삶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하는 지하철 공사장 사고가 또 터졌다.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 사고다. 이 역시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우리 사회를 온통 슬픔과 분노로 들끓게 하고 있다. 비좁은 지하 밀폐 공간에서 철근 절단작업을 하던 중 프로판가스가 새 대규모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용역구조,  그러면서 노동자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지고 산업안전은 철저하게 외면되기 일쑤다. 또한 40개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를 비정규직 직원 6명이 담당했던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2인 1조로 작업하도록 하고 있는 작업 매뉴얼만 되닌다. 사후 약방문도 반복된다.  고인의 죽음에는 청년실업, 비정규직의 아픔, 그리고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의 안이한 산업재해 대책이 복합된 결과물과도 같다.  산하기관 외주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책임자 문책을 하는 것은 응당 수반돼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당국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작업 재해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청년의 죽음과 공사장 현장 근로자들의 죽음앞에 떠올리게 되는 것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아이들을 사망케한 세월호 참사다.  해방이후 70년 근대화 역사이래 고스란히 드러난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고개를 떨궜던 그 사건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바뀌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사건 이후 19대 국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됐다. 이 법에는 ‘철로 정비 등’의 업무도 생명안전업무로 보아 직접고용하도록 하고 있어, 이 법이 통과되었더라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년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구조적인 안전불감증, 정부의 위기대처능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으로서, 세월호 참사의 핵심은 규제완화, 외주화, 민영화와 함께 생명안전업무의 비정규직화 등이 총체적으로 무너졌던데서 그 원인을 찾았었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와 기업, 우리 사회의 노력이 조금만 있었더라도 그같은 재앙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자탄해하지 않았던가. 

이번 청년 사고에서처럼 기간제근로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외주용역에 의한 인력을 사용하게 되면 해당 근로자는 낮은 소속감, 고용불안 등으로 사용자에게 그 업무의 안전문제를 소신껏 제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는데만 급급할 뿐 근본부터 고치려는 노력은 희박할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정부, 그리고 이를 추진하려해도 정치적으로 뒷받침하기는 커녕 발목을 잡는다고 원흉으로 치부되는 정치권, 어느 곳 하나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작됭되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유해 위험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의 고용은 어떤 일보다도 안전 보건문제가 보장돼야 한다. 그게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길이다.  공중의 생명 건강 등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는 직접고용에 의한 정규직 근로자를 사용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국회, 특히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짚어 법률안을 준비하고 시행될 수 있도록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나마도 이 법안은 ‘생명안전업무를 좁게 정하자’, ‘파견을 늘리겠다’는 박근혜 정권이 임기를 다해가도록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될 처지에 이르렀다. 정부 여당이 지자체 서울시를 두고 무작정 혼내듯 나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은 청년의 죽음앞에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이 재발되는 것을 막으려면, 또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이제 자명하다.  최소한 철도, 지하철, 비행기, 선박, 공항, 버스 등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는 정규직화 하는 입법이 절대 필요하다.  19대 국회에서 임기만료 폐기된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여야 합의로 공동발의해 이번 6월 20대 첫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길 각계가 주문하는 소리를 귀여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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