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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통사고 후유증, 그리고 보험에 두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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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치매 중증’ vs 삼성화재 ‘연관성 없다’
의사와 환자간 인과관계 있을 수 있어... 재진단 고집


보험금 청구 거부한 삼성측 외부자문의 소속도 이름도 없어

      

교통사고로 인해 안면 상악골과 온 몸을 크게 다친 환자가 채 1년이 안돼 치매증세를 보였다. 점차 증상이 악화되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남편이 밥을 먹여주고 씻기고 대소변까지 받아 내는 상황까지 몰렸다.

 

2012년 2월1일 교통사고로 수개월을 입원·치료를 받던 김순옥(가명 58세 여)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반신불구가 된 이후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삼성화재는 제3의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다시 받자고 했다.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대로 하자는 거다.

 

사고 직후부터 치료를 맡아 온 의사와 환자간의 개인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심지어 환자 치료를 맡아 온 인제대학 일산 백병원을 무명병원이라고까지 비하했다. 보호자인 남편이 부인을 대동해 받은 제3의 병원인 한양대 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 소견도 타당치 않다며 거부했다.

 

삼성화재는 손해사정인의 보험금 청구 이후 삼성측 외부전문의 결정문을 올해 8월25일자로 보호자측에 회신했다.

결론은 교통사고와 치매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이다. 오히려 환자가 조발성, 즉 환자가 원래 치매인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번 사고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최종 확정했다. 환자와 직접 대면없이 의료기록지와 영상만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그들이 보낸 회신문에 의아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삼성화재의 요청으로 자문을 받았다는 2명의 전문의는 소속도 이름도 없었다. 본인들이 굳이 밝히기를 꺼려해 무기명으로 했다는 거다. 본지 기자가 전문의와 통화라도 하게 해 달라는 요청은 씨알도 안 먹혔다. 외부 전문의에게 자문을 받았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보호자인 남편이 삼성측이 요구한 제3의 의료기관 검진을 거부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대학종합병원 전문의 소견서도 무시하는 판에 또 다른 병원에서의 진단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시간끌기라고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형병원이 삼성화재와 협력기관이거나 연관성이 있을텐데 그들이 굳이 일면식도 없는 서민편을 들겠냐며 되묻기까지 했다.

      

눈길에 미끄러진 승용차는 정면으로 보이는 집 마당으로 침입해 1차로 치받힌 김씨는 그 충격으로 오른쪽 붉은색 지붕으로 떨어졌다.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반신불수

 

사고가 발생한 5년 전 김순옥씨는 당시 53세였다. 특별한 병력도 없던 전업주부 김씨가 사는 곳은 경기 파주 광탄의 한적한 곳이다.

겨울추위가 한창이던 2월1일, 김씨는 전날 내린 눈을 치우기 위해 마당으로 나와 있었다.

빗자루로 눈을 쓸고 있던 중 집 급작스럽게 집 마당을 침입한 승용차가 김씨를 정면으로 들이 받았다. 키가 채 160cm도 안되고 40kg 중반 정도의 왜소한 그녀는 승용차 추돌에 의해 공중으로 뜨면서 담장 너머 아랫집 지붕으로 떨어졌다.

그날 사찰을 방문하려던 A씨(여)의 차량은 눈으로 미끄러운 고갯길을 억지로 올라가려다 헛바퀴가 돌면서 도로 옆 가옥을 침입했다. 집 마당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보고 피했지만 차는 쫒아오듯 김씨를 정면추돌했다.

 

최초로 치료를 맡은 일산 백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파킨스병을 찾기 위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환자의 안면부 상악골 골정상 및 열상, 제1요추 압박골절 등으로 볼때 안면 및 신체 등에서 상당한 충격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뇌의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2차적인 충격을 (뇌에)주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문의는 추정해 보건대 외상에 의한 이차성 파킨스병이나 심리적, 정서적 문제로 정신운동에 의한 저하에 기인한 인지저하, 이로 인한 뇌의 전기적 활동의 기능저하(시냅스상의 기능저하), 미만성 축삭손상, 미세혈관 손상, 뇌혈류장벽(BBB) 파괴 등의 원인이 사고로 인한 연관성을 가늠했다.

 

또 다른 한양대학병원 전문의는 '환자는 65세(당시 53세)가 되기 전에 조발성 치매가 발생한 것으로 원인 및 진단은 객관적인 기능적 검사에 의해 규명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료기록지와 영상소견을 참조할 때 사고 이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기왕증(과거에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질병 또는 상해의 자세한 내력)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보다는 외상으로 인한 악화 및 발증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2017년 10월11일)

의사는 소견서 말미에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단서를 붙였다

  

삼성화재서비스가 자신들의 외부 전문의에게 요청했다는 ‘의료심사 회신서’ 소속도 이름도 없다.

 


보험금 청구 기준, 보험사들의 이중잣대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김씨 남편은 손해사정인과 상담을 통해 보험금 청구를 하기로 했던 게 올 10월이다. 보험은 모두 3개로 그중 우체국보험은 현장심사와 의무기록 및 주치의 면담을 통해 지급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고 2천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남편은 나머지 보험사에도 청구를 했지만 2곳은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처음부터 치료를 맡은 전문의의 진료기록 및 소견과는 달리 2곳의 보험사는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며 보험금 청구를 거부한 것이다.

김씨 남편은 우체국보험사에서 지급한 것처럼 다른 보험사도 청구하면 받을 줄 알았다. 이를 믿고 아들의 대학 학자금대출을 우체국에서 받은 보험금으로 우선 갚았다. 당연히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좌절감으로 바뀌었다.

      



최초 치료전문의 불신하는 보험사

  

청구금액이 1천만원 조금 넘는 흥국화재는 일체의 전문적 자문없이 환자측 소견서를 타당하지 않다며 보험청구를 거부했다. 애초 손해사정인과의 최초 협의에서는 “지급을 하겠지만 금액을 조정하자”던 태도가 돌변했다. 삼성화재의 동향을 파악하고 따라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손해사정인의 설명이다.

 

삼성화재 홍보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주겠다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제3의 의료기관을 선정해 진단을 받아보자"고 했다. 이러한 제의는 앞서 보호자와 손해사정인에게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 관계자는 김씨를 처음부터 치료했던 대학종합병원이 “잘 알려진 곳이 아니다. 다른 유명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확실히 알지 않겠냐”고 했다. 보험금을 지급한 우체국보험에 대해서는 그쪽과는 약관이 다르다고 했다.

      

제각각 다른 보험금 지급 기준에 처음부터 치료를 전담해 온 주치의, 제3의 대학병원 전문의 진단을 외면하는 보험사.

불의의 사고로 인생이 달라진 가입자에게 제2의 고통은 보험사로 인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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