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남북 간 교류협력의 맥박이 빨라지고 있는 흐름이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방문으로 북한 나진부터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까지 철도 54㎞를 개보수해 나진항을 수출품 경유지로 이용하려는 물류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0여년을 분단 상태로 살아온 남북 간에 정치·경제를 비롯한 사회·문화의 이질감 극복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원산은 ‘관광’, 개성은 ‘역사문화’
‘남북 사회문화 공동체 형성’의 기반을 구축하려면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멀지않은 장래에 현실로 다가올 통일을 내실 있게 준비하려면 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남북 간 공통분모부터 먼저 확인한뒤 점차 지평을 확대해 나가는 게 중요해진 시점이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은 7월4일 국회에서 ‘평화협력의 시대, 남북문화교류의 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북한 원산 프로젝트에 대한 집중 준비’였다. 박 실장은 “지금 북한에서는 갈마공항을 출발점으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북한은 2019년 4월까지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조성 중인데 원산을 거점으로 마식령스키장지구, 울림폭포지구, 총석정지구, 석왕사지구, 금강산지구 등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어 그는 “세포군 일원의 세포등판도 관광자원화가 가능하며 북한 관광의 절대 수요층인 남한 관광객 접근에도 용이할 것”이라며 “향후 원산은 북으로 함흥-청진-나선, 남으로 강릉-동해-포항-부산 등 동해안축의 거점 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산이 환동해권 관광의 거점 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산항 관광개발은 김정은 식의 경제개발 전략의 선도·시범사업이며 김정은이 원산을 평양에 이어 ‘제2의 도시’로 육성해 ‘북한의 싱가폴’로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실장은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원산 개발 프로젝트’에 남북이 이른바 ‘산관연 협력 모델’로 공동 참여한다면 상대적으로 진입도 쉽고 리스크(위험)도 적은데다가 내외부 노출도가 높아서 경제개발(개혁/개방)의 선전 효과도 높을 것”이라며 “상징적 효과와 함께 고용효과도 높은 산업이라 주변 지역 사업자 및 주민들의 경제 활성화 체감도가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재 완화 이후의 남북문화교류 주요 과제’로는 “문화체육관광부 내 가칭 ‘남북문화교류지원과’를 신설하고, 문화, 체육 관광 분야 남북 사업을 총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세부 지원 체계는 ‘남북문화교류지원센터’를 신설하거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에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완화 이후의 과제’로 특별히 주목한 곳은 개성지역이다. 개성지역에 가칭 ‘남북문화센터’를 조성해 문화 분야 남북 사업을 위한 연락사무소 기능하게 하면서 남북 사업자 사이의 회의, 워크숍 등 문화 분야 교류협력 추진을 실무 협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뿐만 아니라, ‘개성역사문화도시 조성 사업’도 추진하자고 했다. 개성은 고려문화의 중심지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지역인데다가 우리의 경주에 버금하는 역사문화도시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과 평양에서 가깝고, 판문점을 비롯한 남북교류협력의 장소로서도 장소성이 있으므로 통일시대를 대비 도시 전체를 보존과 개발의 균형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곳이라고 역설했다. 남북한이 협력 사업으로 역사유적 조사와 보존하는 사업에서부터 시작해 개성을 역사가 살아있는 미래 도시로 조성하자는 복안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완화된다면, 관광산업분야의 합작 회사 설립 및 투자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원산 개발과 동시에 삼지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원산에 이어 북한관광 진출은 삼지연을 중심으로 한 백두산관광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인프라가 열악한 북한에서 초기 관광산업은 항공편을 이용한 평양-원산-삼지연의 삼각 구조로 추진하고, 남북철도 협력의 성과에 따라 경의선과 동해선 라인의 관광축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도로 인프라는 북한의 사회체제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분야이므로 승용차를 이용한 자유여행은 초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 스스로 관광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바, 현대아산처럼 특정 기업에 장기적인 독점권이 제공하는 방식의 협력은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남북의 사료(史料) 보존·관리 기구 설립 필요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같은 날 발표한 ‘남북 문화예술교류의 성과분석 및 향후 방향’이라는 발제문에서 “남북 간의 사회·문화교류는 내면적 통일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서 남북의 상호 간의 차이를 우열 관계가 아닌 대등 관계의 차이로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상호 존중과 이해의 틀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 교류 사업은 분단 이후 달라진 남북의 문화 차이를 상호 이해하고, 협력을 통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통일 동력을 생성하고, 한반도 평화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문화교류의 추진 과제’로 5가지 사항을 꼽았다. 북한 문화예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한 정보수집과 체계적인 관리, 남북 문화교류와 관련한 공무원에 대한 북한 문화예술 교육, 통일교육에 관한 전문 인력의 양성·지원, 문화예술 교류와 관련한 기구와 공간의 설립 그리고 남북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한 민관 거버넌스 통합체계 구축이다. 특히 ‘문화예술 교류와 관련한 기구와 공간의 설립’에 있어서는 “남북 문화교류 사업의 추진 과정의 사료(史料)의 아카이빙(파일 보관)과 성과 자료를 보존,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남북 교류와 통일 정책 수립의 길라잡이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고 체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이날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문화유산교류의 현황과 전망’을 발표하면서 “문체부와 문화재청이 참가하는 '남북 문화회담'을 개최할 것을 비롯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정부 연락관 중에 문체부 파견자를 포함시켜 문화유산 협력을 상시적으로 논의하게 하자”며 궁예도성 등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조사를 ‘DMZ 평화지대화’ 사업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남북사회문화협력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 내부에는 문화유산분과를 설치하자”며 “상기 남북회담 채널을 정례화하고 ‘남북문화유산 교류 합의서’를 채택하며 남북문화유산 교류를 제도화 하자”고 촉구했다.
관광,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마중물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관광분야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남북관광 협력의 SWOT 분석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을 통해 한국은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의 필요성 증대 속에, 한반도의 특수성을 관광자원화 하여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북한의 경우 관광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 관심이 커진 산업 분야이기에 상대적으로 협력 가능성이 높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관광대국인 스위스 유학생 출신이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관광은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가능한 대표적인 외화가득사업”이라며 “김정은 시대 들어 관광 상품이 다양해졌고, 관광 상품이 이전의 김일성 부자의 혁명 유적지나 자연경관 관광 등에서 남포의 산업관광을 비롯, 레포츠(자전거 일주, 골프, 스키 등) 관광이나 홈스테이 체험관광 등의 상품이 등장하는 등 다양화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관광 인력 육성’에 대해 “관광 전문가를 양성하는 평양관광대학(2014년)과 각 도 사범대학에 관광학부를 개설했고, 기존의 관광학과에 더해 장철구 평양상업대학에 호텔경영학과와 봉사학과 신설, 정준택 원산경제대학에 관광경제학과 설립했다”고 적시했다.
북한의 대표적 관광지와 그 현황에 대한 소개도 했다. “북한은 금강산지구를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해 운영(2011. 5, 김정은 특별지시로 2014. 6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정령 48호 지정)해오고 있으며 백두산 지역을 무봉국제관광특구로 지정(2015. 4 정령 발표)했으며, 이외에도 함경북도 온성섬과 평안북도의 청수, 황해북도 신평 관광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원산-금강산 지구 총 개발 계획을 통해 연 1000만 명, 10년간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유치)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면서 “특히 금강산관광 사업은 남북 상호 신뢰 회복과 중단된 남북경협 사업 재개 차원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가동을 위한 토대 마련과 추동력 확보를 위한 시범적 사업이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