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난 12일 개막해 16일까지 열린 국내 대표 지상무기 전시회 ‘2018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18)’이 방문자수 10만 명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올해로 3회를 맞은 DX Korea는 횟수를 거듭해 가며 세계적인 지상무기 전시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는 해외 군사전문 매체들은 물론 해외 군 관계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정부대표로 방한한 Fahad Musaad M. Alharthy 소장은 한국의 미사일이 영국 등 여타 선진국의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추켜세우면서, 사우디 현지에 한국 군수품 공장 건립을 정식으로 제안해 왔고, UAE Rashed Obaid Ahmed Alnoosi Almazrouei 준장 또한 개막 3일차에 K-9, K2, K21, 지뢰제거장비, 전술차량, 대포병 탐지레이더등의 기동시범을 참관하고 깊은 관심을 갖고 가격경쟁력ㆍA/Sㆍ기술이전 가능성 등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금번 전시회에서는 이전과 달리 화력 및 기동시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큰 특징이라는 게 중론이다. 킨텍스 야외행사장에서 진행된 장비성능시범에서는 각종 특수효과와 더불어 박진감 넘치는 장애물 설치로 우리 육군이 보유한 기동장비의 역동성을 생동감있게 느낄 수 있는 시범 행사를 연일 개최했다. 개막식 전날 이뤄진 미디어 데이에서는 방산수출을 지원하고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에 따라 김용우 육군 침모총장의 지휘 아래 육군이 보유한 화력 및 기동장비를 주축으로 시범이 이뤄졌는데, 기존 육군 지상장비에 더불어 최근 배치가 시작된 소형 전술차량과 차륜형 장갑차가 등장했다.
이 밖에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은 현대로템의 지뢰제거용 장애물 개척전차도 선보였다. 장비성능시범을 준비한 육군 제30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장비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실전적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시나리오 구성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장비성능시범을 본 해외 군사 전문 매체 기자들은 어떤 전시회보다 가장 다이나믹하고 화려한 시범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동화력시범은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됐다. 육군의 K-1A1과 K-2 전차가 전차포 사격을 실시했으며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가 등장해 강력한 육군 항공전력을 뽐냈다. 수출을 노리고 개발된 사막색 K-2 전차도 눈길을 끌었다. 중동 지역 국가에 세일즈를 위해 개조를 한 사막용 K2였다. 전시된 K2 전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탑 위를 덮고 있는 햇볕 차양막이었다. 그밖에 모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운용상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들이 추가돼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육군본부 DX Korea 지원단장 김영길 대령은 “중동 지역 국가에서 전차 구매를 위해 우리 K2와 독일 전차를 시험평가 했는데 월등히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며 “성능은 물론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K2 전차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등 국가들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K-2 전차를 기반으로 개발된 사막형 모델은 사막기후에 대비해 에어콘 기능이 향상됐다. K-2 전차는 중동 및 유럽에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지난 7월 중동 현지의 한 군 시험장에서 기동 및 사격시험을 벌여 현지 군 관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금번 전시회에 오만 정부대표로 참가한 Matar bin Salim bin Rashid Al Bulushi 사령관은 "K2전차 기동 사격을 인상깊게 보며 자국 도입을 위한 시험평가가 완료됐고 이번 주 결심을 앞두고 한국에 오게 됐다"고 전력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국산 지상무기의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K-9 자주포는 유럽에서도 환영받고 있으며, 천무는 중동 모 국가에 발사대 10여 문에 탄약까지 총 7000억 원대의 수출이 이뤄졌다. 또한 국산 대전차 미사일인 현궁도 최근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군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은 DX Korea 2018에도 이어졌다. 괄목할 만한 수출계약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중동, 동남아, 남미 국가들의 군 관계자들이 대거 전시회를 찾았다. 전시회 기간에 국방부가 주최하는 국제 다자안보협의체 서울안보대화와 연계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외국군 관계자들이 관람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참가한 Ahmad Hasbullah Bin Mohd 대장(육군참모총장)은 한화 ‘전술장갑차’에 관심을 보이며, 부산 등에 위치한 관련 공장을 견학하고 가상 시뮬레이터에도 큰 관심 표명했다. 파키스탄 Sher Afgun 중장도 국산 155mm 포탄이 하루빨리 도입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고, 아측(我側) 요구시 산악ㆍ사막 등 다양한 훈련장 제공 의사를 밝혀왔다. 터키의 Ismail Metin Temel 대장도 차량에 탑재하는 105mm 포에 관심을 보이며, 한국과 지속적인 방산 교류를 희망했다.
이번 전시회는 육군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드론 전투체계에 발맞춰 참가 업체들도 앞다퉈 무인기를 전면에 내놓고 전시했다. 무인기를 직접 제작하지 않는 업체들은 무인기 전투체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운영 시스템을 시연하며 무인기 트렌드에 합류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무인기 가운데 민수용 드론을 ‘스핀 온(spin on)’해서 군용으로 제안하는 중소 규모의 업체들도 많았다. 육군이 소형 드론을 부대로 편성해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상당히 큰 시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드론 제작업체들 사이에 퍼져있는 분위기였다.
시험 평가 중인 차기 군단급 무인기와 그밖의 군에 제안된 무인기들도 ‘DX KOREA 2018’ 행사장을 채우고 있었다. 행사 3일차에는 세미나실에서 드론봇 전투체계 세미나가 하루 종일 열렸다. 육군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드론봇 전투체계는 기본적인 개념만 정립되어 있기에 세부적으로 채워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멈추지 않고 있어서 관련 세미나가 이를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드론이 군사용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현실은, 드론의 방어 체계 또한 발전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30mm 대공포를 장착한 비호 복합은 비교적 저가의 무기체계인 드론을 막기 위해 고가의 유도미사일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무기체계였다. 육군이 지상이 아닌 하늘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무기체계를 제조하는 방위산업체는 수출에 역량을 쏟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일부 안보 관련 연구자들은 육군이 지상무기로부터 점점 거리를 두고 항공 및 미사일 전력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우리나라 정도의 군사력 규모와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응징적 억제 전략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응징적 억제의 대표적 무기가 바로 탄도미사일이다. ‘고슴도치 전략’ 즉 ‘나를 건드리면 너도 찔린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한 안보 구현이다.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이론적 주장이지만 단순히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외국의 성공 사례들이 적지 않다.
방산업계에 오래 몸담은 한 인사는 “무기체계가 고도화와 맞물려 업계의 재편이 이뤄지는 것은 늘 있는 일”이라며 “육군의 변화 시도와 이에 부응해 중소 규모 무인기 업체와 대형 항공기 업체가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산 지상무기는 그동안 탄탄한 국내 군 수요를 바탕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군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많은 방산 업체들이 근심에 빠져있다. DX Korea 2018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조직위원회 박춘종 운영본부장은 "방위산업전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국내 방산업체들의 새로운 각오를 보여준 전시회"라며 "民(DX Korea) 주도 방산전시회가 방산수출 활로 개척은 물론, 국가위상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바, 정부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 하다"고 소망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외국 여러 나라에서 국방장관이 방한을 검토하였으나 국방부에서 초청장 발송이 지연돼 결국 한 국가도 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다행히 국회 국방위원회와 청와대 안보실에서 행사장을 찾아와 관심을 표명하고 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