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배재대학교 부총장] 대통령이 사교육 시장 키우나?
교육계 진보·보수단체 ‘공교육 포기 선언’
“정시 확대는 조국민심 달래기”
…교육현장 혼란, 사교육시장 ‘대목’
‘강남 8학군 부활’ 전망에 대치동 집값 벌써 ‘들썩’
“4차산업혁명 미래교육서 퇴행”
‘정시 확대’ 갈피 못 잡는 대학
…교육계 “날림도 이런 날림이 없다”
대입정책 ‘난폭 U턴’에도 ‘정부에 찍힐라’ 숨죽인 대학들
최근 언론은 이런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며 청와대의 정시 확대방향을 격하게 질타했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 한마디가 벌집을 쑤셔놓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과 25일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 정시 확대 발언을 연이어 하자 교육계, 교육단체는 물론 학부모까지 나서서 “대통령이오히려 교육정책의 혼란을 부추긴다”며 볼멘소리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 이후 사교육업체의 주가는 뛰기 시작했고,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주요 학원가에서는 이미 정시 확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가에서는 ‘강남 8학군 부활’ 전망에 대치동 집값이 들썩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강남의부동산 값을 잡으려고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더욱이 지난해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한 2022학년도 대입 ‘정시 30%룰’과 대입 4년 예고제의 근간까지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국내 최초로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했던 한 대학 총장은 “정부가 내놨던 ‘과정중심’ 평가에 맞춰 학생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결과중심’의 정시를 확대하면 학생들에게 대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정시 확대가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육부가 정시 확대를 적극 추진키로 한 점이다.
정시 확대 대상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학종)과 논술전형 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한정한다고 하지만 서울 유수 대학들의 입시전형 방식에 전국의 모든대학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대학에 정시 확대를 반강제적으로 종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대통령제국가이지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이렇게 졸속으로 대입제도 개선을 결정하고 추진하다니 있을 수가 없는 얘기다.
물론 조국사태로 빚어진 대입특혜 논란은 분명 학종으로 인한불공정, 불평등을 초래할 소지가 있음을 일깨워 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정시가 수시(학종, 논술전형 등)보다 공정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28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3.3%였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정시 확대에 찬성하는 것이 여론이니 청와대나 교육부는 정책 입안과 시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든 입안과 시행 전에 정책 대상 현장에서의 충분한 검토와 정책 실패 가능성에 대한 대비 등이 있은 후에 결정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입제도 개편만큼 중요하고 관심 있는 현안은없다.
행여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심잡기용으로, 또는 조국민심 달래기용으로 대입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당장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
학종으로 인한 문제가 있으면 학종 관리를 더철저하게 하도록 해야지, 정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논리요, 교육에 대한 정치개입이다.
입시문제도 문제이지만 일선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미끼로 한 교육부 주도의 평가 대비에 일 년 내내 정신을 못 차릴정도로 바쁘다.
오죽하면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 평가 받다가임기 다 끝난다”고 앓는 소리를 할까.
학령인구 감소, 10년 이상 등록금 동결, 이런저런 정부평가로 사면초가에 빠진 대학들을 제발 가만히 내버려주기를 바란다.
특히, 지역대학들은 내년부터 정원 채우기가 ‘ 하늘의 별 따기’인데 정시 확대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서울 수도권으로 학생들 다 뺏기고 대학서열화가 고착화되면 지역대학은 그대로 고사하고 말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대학이 역할을 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을 해야 한다”
“AI(인공지능)교육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
말은 그럴 듯한데 청와대와 교육부가 하는 행태를 보니 모두 공염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