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한 시골 초등학교의 학생 모집 공약과 요즘 한창 논란인 12·16 부동산대책이 오버랩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권 사람이 시골에 가서 살겠다면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을 파격적으로 준다. 그러면 지방 살리기와 집값 잡기의 두 마리 토끼 잡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보면서 이런 얼토당토않은 발상이 오히려 정책 성공을 이끌어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전교생이 14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처한 경남 함양의 서하초등학교는 학생 모집을 위해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빈집 싸게 제공, 전교생 매년 해외 어학연수, 학부모 일자리 알선…’
파격적이고도 이색적인 공약이 지난 12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10여 일 만에 전국 각지에서 100여 건의 문의가 쏟아졌다. 그 결과 26가구가 내년도에 입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26가구 중 10가구 이상이 서울, 인천, 경기, 부산, 경남 김해·양산 등 대도시권 가구라는 것이다.
문의는 교무실, 행정실, 교직원에 계속 이어져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는 것이 행정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2015년 부임한 신귀자 서하초 교장은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와 협력해 활력을 잃은 농촌 마을도 되살리고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아이토피아'(아이+유토피아=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학교)라는 이름의 파격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에 따르면, 새로 입학한 학생의 가구는 1년 200만 원 정도의 임대비만 내면 관내 비어 있는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
전교생이 매년 해외 단기어학연수의 기회를 얻는다. 학부모들에게는 관내에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자리를 알선한다. 이밖에 영어 특성화교육 추진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 모든 것이 관할 지자체와 교육청이 협의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학생들의 단기해외연수에 필요한 1억 원 정도의 예산과 일자리 확보 등은 공약으로 발표만 했지, 현재 약정서를 받는 등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지역 출신 기업가, 총동창회 등을 통해 기금 마련과 일자리 확보 등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퍼뜩 떠오른 생각이 대도시권 사람들이 집을 팔고 자녀를 시골초등학교로 전학시킨다면, 꼭 자녀를 입학시키지 않더라도 귀촌을 계획하고 있는 가구가 있다면 양도세 비과세 조건이 안 되더라도 무조건 면제해주자는 것이다.
양도세를 면제해 주고 그 세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발적으로 단기해외연수비용이나 장학금으로 기부하게 하자는 것이다.
은퇴자 가구의 경우 만약 집을 처분하지 않고 귀촌한다면 보유세까지도 대폭 감면해주고 그 차액만큼 학교나 마을 발전을 위해 기부를 하게 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12·16 부동산대책으로 보유세와 양도세 폭탄을 맞은 퇴직가구들과 도시에서의 아이들 교육에 염증을 느낀 학부모들은 만약 정부가 이런 혜택을 준다면 귀촌을 한번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주변에는 복잡한 도시생활을 접고 조용한 시골에 가서 살아야겠다거나 획일화된 교육에 염증이 나 차라리 시골의 대안학교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학부모가 정말 많다. 상황만 된다면 당장이라도 귀촌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다.
2019년 3월 1일 현재 전국의 폐교된 초중고는 3,803개, 이 중 대부(임대)나 자체활용 중인 폐교는 2,394개, 교육청이 보유 중인 폐교가 1,409개에 이른다.
이 통계는 이미 폐교된 학교 현황이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초중고는 엄청난 숫자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폐교 숫자가 느는 것은 시골이 그만큼 황폐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인재는 수능 올 1등급의 정형화된 인재가 아니라 어느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협력하는 괴짜가 인재로 평가받을 것이다.
학원에 찌든 도시 출신 학생보다 드넓은 자연에서 마음껏 가슴을 펴고 자라난 아이들이 진정한 인재로 성장되는 환경을 자녀들에게 만들어주고 귀촌한 본인들도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정책당국이 나서서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