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품목의 경쟁력 강화와 고른 성장 기인
연 수출 6천억불 기대감 상승, 변이 확산·물류난이 변수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올해 하반기 들어 우리 수출이 증가세 둔화에 대한 우려와 달리 상반기를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교역이 빠르게 반등하는 등 수출 전망이 밝은 가운데, 정부는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및 물류 차질 등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며 호실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이 53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4.9% 늘었고, 우리 수출은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8월 수출액은 역대 8월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 일 평균 수출액도 23억1000만 달러로 역대 8월 중 1위였다.
특히 7~8월 수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32.1%로 상반기의 26.1%를 뛰어넘었다. 당초 코로나19 기저효과 약세 등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쾌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호조세는 주요 품목의 경쟁력 강화와 고른 성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사상 최초로 15대 품목 수출액이 모두 두 자릿수로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전 품목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대표적인 효자 품목인 반도체 실적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이 117억3000만 달러로 올해 들어 최대치, 역대 8월 기준 2위였다.
반도체 수출은 14개월 연속 증가한 가운데 4개월째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초과한 월은 올해 5~8월을 제외하면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던 2018년 3월, 5~11월뿐이었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2분기에는 2018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인텔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자동차도 국가별 누적 수출액 기준으로 5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다. 차 부품도 누적 수출액 기준 6위를 유지했다. 조선의 경우 지난해 수주액 기준 세계 1위에 오른 후 올해도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출액은 중국을 넘어 1위로 부상했다.
이외에 TV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올해도 전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전년 대비 크게 늘며 세계 점유율 2위 순위를 유지했다. 화장품은 올해 처음 수출 5위국 반열에 진입했고, 의료용 진단제품도 10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효자 품목과 신성장 품목의 동반 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예상보다 빠른 전 세계 교역의 회복과 반등도 우리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전 세계 교역은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며 우리 수출에 우호적 여건이 조성됐다.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교역 성장률이 8.0%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세계 교역 성장률은 최근 발표된 71개국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1% 증가했다.
실제로 이런 흐름 속에서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9대 주요 시장으로의 우리 수출은 5개월째 늘어났다. 특히 아세안, 인도 등 신남방 수출은 최근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생산기지 가동 차질 우려에도 역대 8월 수출 중 최고치를 기록해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거침없는 수출 호조세에 연 수출 6000억 달러 돌파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한국은행은 연간 수출액이 17.7% 늘어난 603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과 무역연구원은 연간 수출액이 각각 6105억 달러, 6017억 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입은행도 3분기 수출선행지수가 전년 대비, 전분기 대비 모두 늘어 수출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일단 역대 최단기간 내 누적 수출액이 4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며 긍정적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8월 26일에 누적 수출액이 4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연 수출액이 유일하게 6000억달러를 넘겼던 2018년 당시에는 8월 누계 수출액이 3997억 달러였고, 그해 9월 2일에 4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다만 정부는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인한 물류난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며 수출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글로벌 교역 회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도 "다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한 수출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