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중국 투자 한국법인 경영실적 분석...매출액·이익률·시장점유율 하락 3중고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한국산 자동차·스마트폰·화장품 등 국내 제품들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6년 이후 중국 투자 한국법인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들의 대(對) 중국 매출액·이익률·시장점유율 하락으로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에 따르면 매출 100대 기업 중 중국 매출 공시 30개 대기업의 대 중국 매출은 지난해 117조1000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6.9% 감소했다.
2018년부터 미국의 대 중국 무역규제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것이 매출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경련의 분석이다. 실제 한국의 지난해 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2018년에 비해 29.1% 감소했다. 중국 매출이 감소함에 따라 30개 대기업의 전체 해외매출 중 중국의 비중은 2016년 25.6%에서 2020년 22.1%로 3.5%p 줄었다.
◇한국 매출 21.1% 감소하는 동안 일본은 1.1% 감소 그쳐
한국기업들은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극심한 중국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들의 전체 중국법인 매출은 2016년 1870억 달러(약 225조원)에서 2019년 1475억 달러(약 171조원)로 21.1% 감소했다. 이에 비해, 일본 전체 중국법인 매출은 2016년 47조6000억엔(약 490조원)에서 2019년 4조1000억엔(약 502조원)으로 1.1% 감소하는데 그쳤다.
한국 전체 중국법인의 매출은 2013년 2502억 달러(약 261조원)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한국 반도체 등에 대한 수요 감소, 현지수요 감소, 경쟁 심화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국한국상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매출 감소원인으로 ▲현지수요 감소 ▲경쟁 심화 등 순으로 꼽았다. 중국법인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5년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 신규 법인과 총인원 역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아세안 10개국 신규법인 및 총인원이 꾸준히 늘어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한국 전체 중국법인의 영업이익률 역시 2016년 4.6%에서 2019년 2.1%로 2.5%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 전체 중국법인의 이익률은 5.5%에서 5.3%로 0.2%p 감소하는데 그쳤다.
◇한국 브랜드 승용차·스마트폰 등 중국 내 위상 약화
한국 중국법인의 매출액과 이익률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한국 브랜드 자동차·스마트폰·화장품 등 주요 품목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브랜드 승용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16년 7.7%에서 2020년(1~9월) 4.0%로 3.7%p 줄어들며 사실상 반토막났다. 반면 일본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5.1%에서 22.3%로 7.2%p 증가했다.
중국 수입화장품에서의 한국의 점유율 역시 2016년 27.0%에서 2020년 18.9%로 8.1%p 감소했다. 반면 일본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6.8%에서 24.8%로 8.0%p 늘었다. 스마트폰의 경우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파상공세로 2016년 4.9%에서 2019년부터 1% 미만으로 떨어져 존재감이 상실됐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해 한국의 대 중국 직접 투자는 코로나19, 미국의 대 중국 기술굴기 차단 조치 등에 따른 리스크 확대로 전년 대비 23.1%나 줄었다"며 "양국 정부 간 공식·비공식 경제협의체를 활발히 가동해 기업의 당면 중국 비즈니스 애로 해소,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조속한 타결 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기업들이 문화컨텐츠·수소에너지·바이오 등 신성장분야에서 새로운 중국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