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지난 백신 등 '백신 종류 및 보관 오류'가 806건으로 가장 많아
용량 오류 282건, 시기 오류 141건, 대상자 오류 108건(7.8%) 순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일부 의료기관에서 냉장 유효기간이 지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오접종 후 백신 효과성,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접종 후 특이한 이상반응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례가 없던 사례인 만큼 접종 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접종 중에 발생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7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전날인 6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전제 접종 4647만건 가운데 보고된 오접종 건수는 1386건(0.003%)이다.
세부적으로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주입하거나 허용되지 않은 교차 접종 등 '백신 종류 및 보관 오류'가 806건(58.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접종 용량 오류 282건(20.3%), 접종 시기 오류 141건(10.2%), 대상자 오류 108건(7.8%) 순이다.
이 가운데 13건(431명)은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했다. 극저온에서 보관하는 화이자 백신은 2~8도 냉장에서 해동한 후 최대 31일 이내에 접종해야 하는데, 이를 넘어서 접종한 것이다. 최근 고려대구로병원, 평택성모병원, 울산 동천동강병원, 인천 계양구 소재 병원 등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냉장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 접종자들은 현재까지 별다른 이상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종 당국은 추후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재접종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냉장 유효기간이 지난 mRNA 백신의 효과와 문제점에 대해 아직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해동 후 보관 기간이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안전 범위가 존재한다"며 "효과성, 안전성에 많은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겠지만, 전문가들이 상황을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냉장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 접종 사례는 전례가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간 예방접종이 진행됐던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백신 등은 코로나19 mRNA 백신처럼 종류별로 보관법이 다르지 않고, 접종 준비 과정도 까다롭지 않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인체가 스스로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mRNA를 지질나노입자 안에 넣어 전달하는 방식이다. mRNA 물질이 불안정해 극저온에서 운송·보관해야 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mRNA 백신은 새로운 백신이라 알려진 게 없다"면서도 "제약사가 그렇게 유효기간을 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맞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백신 물질이 변질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하루 접종량이 1·2차를 합산해 100만건을 넘어서는 등 의료 현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접종이 집중되면서 실수가 거듭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추진단에 따르면 의료기관 한 곳에서 하루에 1차 100명, 2차 150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
이처럼 오접종 사례가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오는 14일부터 1460만명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4가 백신 무료 접종이 진행된다. 코로나19와 계절 독감 예방접종이 동시 진행되면서 접종 현장에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훈 교수는 "인플루엔자 접종 시작으로 두 백신이 혼용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좀 더 조심해야 한다"며 "혼용, 오접종이 없도록 지속해서 사례를 전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코로나19 백신 수송 상자에 선입·선출 경고문을 부착하고, 접종 기관별로 보유 백신 유효기간 전수 점검에 나선다. 또 접종 기관에서 백신별 냉장 유효기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개선한다.
아울러 계절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동시 접종할 때엔 각각 다른 팔에 접종하도록 권고한다. 이는 동시에 접종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국소반응을 구분하기 위해 접종 부위를 달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