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인 일상 회복' 강조
접촉자 추적 1등공신 QR코드…일상회복에 주효할 듯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정부가 전 국민 7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는 오는 10월 말부터 단계적인 일상 회복 방안을 검토하면 항체 형성 시기를 고려해 11월 중 실제로 방역 완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단계적인 일상 회복을 위해선 무증상·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가 치료 등 치료 역량 확보, 재빠른 접촉자 관리 등 방역 시스템, 과학적·방역적 근거에 입각한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 검토…"점진적 완화와 필수 조처 병행"
8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오는 10월 말부터 단계적인 일상 회복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접종 계획에 따르면 10월 말은 60세 이상 고령층 90% 이상을 포함해 성인 80% 이상이 예방접종을 모두 완료하는 시점이다. 정부가 전문가들과 함께한 수리 모델링에선 고위험층인 60대 이상 90%, 성인은 80~85% 정도가 접종을 완료해야 위·중증 환자 발생이 줄고,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는 현재 정의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인 일상 회복'을 강조하고 나섰다. 위드 코로나 정의가 불분명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 조처가 아예 폐지되는 의미까지 담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10월 말부터 방역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더라도 거리두기 체계는 그대로 유지한다.
전문가들은 단계적인 일상 회복에 성공하려면 피해를 최대한 분산할 수 있는 점진적인 완화와 필수적인 방역 조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4~5개월에 500만명의 확진자를 받아낼 것인가, 3~4년에 걸쳐 500만명의 확진자를 받아낼 것인가는 방역 완화 속도와 백신 접종률이 결정한다"며 "확진자 격리, 접촉자 추적, 마스크 착용 등 조처로 코로나19 전파 속도를 조절한다면 500만명 확진자를 최대 수년에 거쳐 분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체계를 유지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단계적인 일상 회복이 성공을 거두려면 큰 틀에서 ▲치료 역량 ▲접촉자 관리 ▲근거에 입각한 설득 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일상 회복에도 중환자 발생…자가 치료 확대 검토
정부 계획대로 60세 이상 고령층 90% 이상을 포함한 성인 80% 이상이 예방접종을 마친다면, 접종하지 않은 20% 중에서 코로나19 감염 이후 위·중증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방역 조처가 일부 완화되면서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이 중환자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러 방안 중에서 무증상·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가 치료 확대가 꼽힌다.
현재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소아 확진자, 소아를 돌봐야 하는 성인 확진자 중 의료진 판단에 따라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 경기도에서는 50세 미만 1인 가구 중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고 관리가 가능한 경우 등에 한해 허용 중이다.
정 교수는 "방역을 전환해도 중환자는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중환자 치료 체계 유지가 첫 번째로 중요하다"며 "보통 감기에 걸리면 집에서 쉬듯 코로나19 감염 이후 집에서 격리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자가 치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확진자의 중증도를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방역 당국은 현재 중증도에 따른 병상 확보, 전원 이송 등을 체계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QR코드 덕에 접촉자 추적 빨랐다…일상 회복에도 주효
확진자 발생 이후 빠른 접촉자 추적과 관리에는 전자출입명부(QR코드)가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계적인 일상 회복 과정에서도 QR코드가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앞서 유흥시설(유흥주점, 단란주점, 클럽, 감성주점, 헌팅포차), 콜라텍·무도장, 홀덤펍·홀덤게임장, (동전)노래연습장, PC방 등에 QR코드를 도입했다. 이후 실내체육시설, 식당·카페, 백화점 등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방대본에 따르면 QR코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역학조사시스템을 개선한 후 확진자 이용시설 파악에 걸리는 시간이 12시간에서 5분으로 단축됐다. 또 확진자 이용시설 방문자 명단을 신속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 체계보다 속도가 더 빠른 기술,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접촉자 추적 시스템을 강화하려면 역학조사 인원이 더 투입돼야 한다"며 "현재 QR코드를 확인한 후 모든 접촉자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확진자가 나온 순간에 접촉자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단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거부감 큰 소상공인…근거 입각한 설득 절실
감염 위험이 큰 시설들을 대상으로 집합금지나 영업 제한 등 거리두기 조처 시행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거리두기 조처에 대한 반발 중 하나는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국은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가 오후 9시까지 진행된다고 보고 방역 강화가 필요할 때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백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거리두기 체계를 폐지하지 않는 단계적인 일상 회복을 유지하려면 과학적인 근거와 데이터 등을 이용한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방역을 지킬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간 단기적으로 의료진, 방역 관련 공무원, 역학조사관,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했지만, 그 대응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상시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강제적 조치와 생계 타격을 최대한 줄이고, 감염 위험도 같이 낮출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2층에 있고, 천장이 높고 창문이 많은 식당과 지하에서 환기가 안 되는 식당을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 시설별로 방역등급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단위면적으로만 인원을 제한할 게 아니라 천장 높이, 창문 수 등을 통해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