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기억 안 나" 손준성 "난 무관“
제보자 지목 A씨 "사실 무근" 일축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고발 사주(使嗾) 의혹'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8일 어떤 의혹도 해명하지 못했다. 김 의원의 기자회견이 맹탕으로 끝난 것이다. 그 파장은 정치 공작설만 난무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제보자와 제보 경위, 제보 목적 등에 대한 각종 추측만 무성하기 때문이다. 고발 사주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정치 공작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대선정국과 맞물려 지속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이날 주요 쟁점에 대해 대체로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도 제보자가 누군지는 명확히 기억하며, 이 인사가 어떤 사람인지 그 성향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정치 공작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의원은 정치 공작 가능성을 또 한 번 거론했다. "제보자 신원이 밝혀지면, 제보 경위와 이 일이 벌어진 경위가 이해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제보자가 특정 후보 캠프 소속이냐'는 물음엔 "차차 밝혀진다. 그렇게 되면 퍼즐이 맞춰질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뉴스버스 보도 이후 정치 공작을 추측하게 하는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 지난 6일엔 "제보자가 누군지 안다. 그 사람이 밝혀지는 순간 어떤 세력인지 알게 된다"고 했고, 다음 날엔 "제보자는 당시 당 사무처 사람으로 윤석열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 모두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제보자는 과거에 조작을 했던 경험이 많다"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지는 순간, 이 자료에 대한 신뢰가 다 무너진다" "지금은 황당한 캠프에 가 있다. 국민의힘 쪽 캠프가 아닌 다른 데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여권 정치 공작설과 야권 내 정치 공작설이 모두 터져나오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여권 혹은 야권 내부에서 이른바 '저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 쪽에선 "추미애 사단의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하라"며 "괴문서로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손준성 검사가 윤 전 총장 측근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각자 원칙에 따라 일하는 사람들이지 제 사적인 저것도(관계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야권 내에선 김 의원이 유승민 캠프 대변인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의혹을 '내부 기획'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직전 김 의원과 제보자 사이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캡쳐돼 대선을 앞둔 시점에 공개됐다는 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공작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혹 당사자들이 모두 입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고 있고,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는 손준성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제보자는 현재까지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고, 제보자로 지목된 A씨는 "사실 무근"이라며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최소한 제보자가 대검찰청에 제출한 휴대폰 포렌식이나 검찰 진상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모든 게 추측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사자가 주요 사실 관계에 대해 모두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고 있어서 새로운 팩트가 보도되거나 휴대폰 포렌식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 정치 공작설은 루머 이상이 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작년 4·15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를 통해 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미래통합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손 검사에게서 관련 고발장을 받아 이를 다시 미래통합당 관계자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