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대표, '원팀 대선' 위해 철회 요청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 배수진을 치면서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가 자칫 '대선 원팀'이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게시판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놓고 이 전 대표 지지층과 이재명 지지층이 '명낙 대전'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에 사퇴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며 만류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는 사퇴 선언 바로 다음날 의원회관 방을 빼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의 정권 재창출을 향한 충정 그리고 대선후보로서의 결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향후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만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당일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전 대표를 설득했고, 송 대표 역시 전날 오전 전화로 사퇴 의사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의 결기를 담은 초강수였지만 당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가 원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사퇴를 만류하자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민주당과 송 대표에 대한 원성이 줄을 이었다.
친문 권리당원들은 게시판에 '지켜줄게 이낙연'이라는 릴레이 글을 올리면서 지도부가 사퇴 의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게시판에는 "당 대표부터 우리보고 '대깨문'이라는데 표는 필요한 거냐" "대깨문이라고 능욕하고는 표는 받고 싶어서 원팀이라고 하느냐. 원팀이라는 말도 하지 말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이 지사 지지층들은 이 전 대표의 승부수를 두고 '정치쇼'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다른 경선 불복 선언이나 다름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가뜩이나 '물과 기름' 같은 이 전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층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돌하며 반목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치적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이 전 대표의 지역구는 서울 종로다. 단순히 253개 지역구 중 하나가 아닌 상징성이 큰 지역구다.
이 전 대표 사퇴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이곳은 내년 대선일인 3월9일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민주당으로서는 야당 후보가 재보선에서 당선돼 '서울의 심장'을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은 입장문을 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숨결이 배인 정치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며 "국민이 만들어주신 민주당 국회의원 자리는 대선 경선판에 함부로 올릴 수 있는 판돈이 아니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반면 호남을 노린 배수의 진 정도일 뿐 경선과 민주당의 '원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설훈 의원 등 캠프 의원들이 줄지어 사퇴하면 상황이 심각해지겠지만 아직 원팀정신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충청권 경선에서 친문 권리당원들의 상당수가 이미 이재명 지사를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