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로 신고서 제출기간 사실상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아
실명계좌 발급 받기 위한 조건 피드백 조차 없어 답답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업비트에 이어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암호화폐 거래소 빅4들의 은행 실명계정 확인서 발급이 마무리된 가운데 중소 코인 거래소들의 은행 실명계정 확인서 발급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 신고서 제출까지 실질적으로 일주일 남짓 남았기에 온전한 거래소 사업을 이어가기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만 받고 실명계정 확인서를 받지 못한 코인 거래소는 17곳이다.
지난달 20일 금융당국에 신고서를 낸 업비트 외에 전날 빗썸과 코인원, 코빗이 각각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실명계정 확인서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4대 거래소의 가상자산 신고서 제출에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셈이다.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오는 24일까지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2주일 정도 남았지만 추석연휴가 포함돼 있어 사실상 남은 기간은 일주일 정도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위한 주요 조건으로는 ISMS와 실명계정 발급 확인서 등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하지만 업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 거래소 중 실명계정 발급 확인서를 받은 곳이 현재 한 곳도 없다.
물론 ISMS 인증만으로 원화마켓을 제외한 코인마켓(원화 없이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마켓) 등은 운영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대부분이 원화마켓을 통한 수수료로 수익을 남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화마켓 없이는 경영 악화로 이어지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존폐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신고서 제출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업계는 모두 침울한 상황"이라고 중소거래소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실명 계좌 확인에 힘쓸 것"이라면서도 "만약 어렵게 되더라도 우선 원화마켓 떼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후에 자격 요건을 다시 맞춰보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9곳은 성명서를 내며 금융당국에게 중견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긴급 성명에는 한빗코, 프로비트, 코어닥스, 보라비트, 에이프로빗, 플라이빗, 후오비코리아, 포블게이트, 코인엔코인 등 총 9개 거래소가 참여했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실명계좌를 발급 받기 위해 어떤 조건을 보완해야 하는지 심사 결과에 대한 피드백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고 마감을 앞두고 일부 거래소들은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6위 규모의 코인빗은 신한은행의 요청으로 지난 1일 오후 4시30분부터 원화입금이 중지됐다. 코인빗은 신한은행의 법인 계좌를 예치금 계좌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특금법 등을 이유로 계좌 입금 정지를 요청하면서 현재 원화 출금과 코인 입출금 서비스만 가능하다.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중소거래소들은 '벌집계좌'를 이용해 원화마켓을 운영해왔다. 벌집계좌란 고객들이 예치금을 입금하는 법인 계좌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벌집계좌는 합법이지만 특금법에 따라 오는 24일 이후에는 불법이 된다.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대거 폐업수순으로 이뤄질 수 있는 특금법에 대해 '불량 거래소'들이 걸러 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그간 관련 법규를 세워 건전한 자정작용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지 못한 아쉬움의 시선도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 겸 앤드어스 대표는 "2018년 이후 3년 동안 암호화폐 거래나 거래소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없다가 갑작스레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라며 "거래소 심사마저 민간에 맡기면서 적극적인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