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사, 이르면 10월 美 FDA 긴급사용 신청 전망
정부, 내년까지 치료제 3만8000회분 362억원 예산 배정
글로벌 제약사들과 선구매 협의 중…"비공개 원칙"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1년 8개월째 이어지는 지난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바꿀 것으로 평가받는 먹는 치료제가 올해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예방접종 ▲경구용 치료제 ▲글로벌 변이 감시 체계가 갖춰져야 방역 기조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백신 접종을 전제로 투약이 편리한 경구용 치료제가 확보되고 전 세계의 변이 출현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돼야 단계적 일상회복, 즉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단 것이다.
현재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제약사는 미국 머크사다. 이르면 10월 식품의약국(FDA)에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정부는 경구용 치료제 도입을 위해 올해와 내년 총 3만8000여명분에 예산 362억원을 배정했다. 1인당 90만원 정도를 가정한 액수다.
이를 통해 현재 머크사를 비롯한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선구매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위기소통팀장은 지난 8일 기자단 설명회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선구매 협의 중이지만 협의 사항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계약 완료 시 공개 범위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의 경구용 치료제 가격이 고가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제기된다.
배경택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먹는 치료제 가격이 1인당 90만원이 넘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맞냐'는 질문에 "아직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라 계약 사항에 대해 다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90만원이 아니라 9만원도 비싼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실 그 부분은 맞는 것 같다"며 치료제 가격이 고가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먹는 치료제를 드시지 않게 되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생활치료센터를 가야 한다. 그런 경우 들어가는 직접적인 비용과 경제적 활동을 못하는 데 따른 비용을 계산해 비교해서 평가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머크사의 경구용 치료제 170만명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1명(1코스)당 700달러 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의 가격 책정 자체가 높았던 셈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10일 "기밀유지 협약에 따라 가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치료제 별로 가격이 다르게 책정될 것"이라면서도 "외국의 항체 치료제 가격도 400만~500만원을 호가한다. 치료제 가격이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더 저렴한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국내외 개발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다. 국산 치료제 개발 지원도 계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치료제 선구매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천은미 이화여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 환자가 생기면 경증, 중증 여부와 상관없이 타미플루를 복용하듯 코로나19 확진자에게도 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하루 2000명이 확진되면 3만8000회분으로는 환자들이 20일도 못먹는다. 미국처럼 대량 선구매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치료제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당연히 방역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3상 결과가 나오지 않아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며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백신보다 좋기는 어렵다. 적절한 수준의 치료제 확보는 필요하겠지만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10일 "경구용 치료제 예산의 단가, 물량, 품목의 구체적 내역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총액 예산을 머크사의 몰루피라비르 구매에 대해 한정해 편성한 것은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