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상 첫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네이버, 공매도 규모 4배 이상 늘어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금융당국이 플랫폼을 규제하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장내뿐 아니라 공매도까지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빅테크 규제로 한차례 경험을 했던 공포감이 과도한 하락을 불러킨 것으로 보여진다. 증권가는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성은 여전하며 펀더멘탈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네이버(NAVER)의 공매도 거래액은 859억원으로 집계됐다. 8일에 270억원의 공매도가 이뤄졌고, 9일 291억원, 10일 298억원의 공매도가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난 8일 1758억원의 공매도가 나타나면서 공매도 과열 종목에 지정돼 9일에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카카오의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은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의 공매도 과열종목은 ▲당일 주가 하락률 5% 이상 10% 미만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 6배 이상 ▲직전분기 코스피 시장 공매도 비중의 3배 이상 등 3가지 조건을 충족돼야 한다.
과열종목 해제 후인 10일에도 661억원의 공매도가 이뤄지면서 전체 거래대금의 5%가 공매도로 나타났다.
양사의 공매도는 전체 거래대금에서 1~3% 수준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 6일까지만 해도 네이버의 공매도는 60억원 수준, 카카오의 공매도는 62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우려가 나오면서 공매도도 급증한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일 금융 플랫폼이 자사 앱을 통해 펀드나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단순한 광고를 넘은 금융상품 '중개 행위'로 법률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되는 투자기법이나, 주가 하락시 그 폭을 더 키우는 성향이 있다. 이로 인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8일 주가 급락은 공매도의 영향도 상당하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패닉 셀을 한 이유는 중국발 트라우마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정부는 빅테크와 게임사 등에에 대해 강한 규제를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올해 20% 넘게 하락했고, 텐센트의 주가 역시 2달만에 18%가량 하락했다.
반면 국내 증권가는 과도한 하락이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전세계적인 이슈이며, 해외는 주로 신규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반면 국내는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어 큰 제약이 이라는 것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일정 수준의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은 장기적인 생태계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외부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카카오와 네이버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만한 규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규제리스크 시작으로 보기는 지나친 우려"라며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의는 단기적으로 규제 관련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가치에 부정적일 수 있으나,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 성장성과 영업레버리지 강화의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