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전력판매 9.3%↑
‘연료비 연동제’ 상한선 있고 가격탄력성 낮아 수요 조절 한계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전력 판매량이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전기요금 변동을 통한 전력 수요관리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1년 대정전 위기 이후 대규모 발전 설비 투자가 이뤄졌지만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올여름에는 폭염이 겹치며 수급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여기에 최근 탄소중립기본법 통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등으로 에너지 전환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전력 수요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 7월 총 전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 늘어난 4만5972GWh로 집계됐다. 월별 전력 판매량은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판매 단가는 kWh당 118.51원으로, 전력 판매 수입은 1년 전보다 7.0% 늘어난 5조4480억원이었다.
전체 전력 판매량의 절반을 웃도는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2만5466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5%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판매가 급감한데 따른 기저효과와 공장 가동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일반용 전력 판매량과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폭염 등 영향으로 각각 8.6%, 12.9%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석탄 발전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발전원별 발전량을 보면 석탄 발전량은 2만1387GWh로 전년 동기 대비 13.6% 늘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은 50.9% 급증한 1만5644GWh, 신재생 발전량은 44.8% 늘어난 3821GWh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원자력 발전량은 일부 발전기 정비 영향 등으로 10.3% 감소한 1만2303GWh였다.
이처럼 전력 판매량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수요 관리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화석연료 기반 발전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수요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데, 여전히 전체 발전량 중 화석 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이 약 70%를 차지한다"라며 "화석연료를 쓰지 않으려면 요금을 올려 전력 수요를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오는 23일에 4분기 전기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시장 양쪽 모두 요금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 구매 비용을 3개월마다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고려하면 전기료를 올리는 게 타당하다는 점에서다. 지난 2·3분기에도 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요금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인상을 막은 바 있다.
그러나 전기 생산에 반영되는 원자재 가격이 연초 대비 2배가량 늘고,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의 적자 폭이 상당해 이번에도 인상에 제동을 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만약 4분기 요금을 올리면 약 8년 만에 상승하는 것이다. 전기료는 지난 2013년 11월 이후 동결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금 체계를) 설계된 대로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4분기 전기요금이 연료비 상승 등으로 인상 요인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기요금을 정부가 유보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요금 인상을 통한 수요 관리의 한계도 지적된다. 화력 발전 축소에 따른 공백을 메우는데 수요 조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전기요금의 분기별 인상 상한이 kWh당 최대 3원이고, 전기는 가격탄력성이 낮아 수요관리 자체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처럼 전력 수요와 연료비가 급증하는데 기존 발전소 폐쇄로 공급능력은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면, 전기료를 올린다고 해도 상한이 있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전기요금은 원가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필수재인 전기는 가격탄력성이 높지 않고, 인상 수준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수준까지 오르면 곤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 때문에 에너지 수급 전략에서 화력발전 감축에 따른 외부 충격을 최소화할 에너지 수급 전략이 필요하다"라며 "에너지 전환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