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수동이에요
맞받아치려면
파리한 눈물 흘려야 해요
잡풀은 두려움 먹고 살아요
버거운 한숨의 내력
기복(祈福) 같은 연민으로
공감해요
벗어나는 방법은 책에 많아요
효력 없을 뿐
취업전선에 고개 숙이며
눈빛 잃는 게 정답이지요
생명은 무임승차 없어요
시멘트 뚫은 민들레에게
낭만 신화 꾸미지 말아요
희생자 역할 남아돌아요
겁먹은 가면으로
공과금 내는 기능인처럼
무뎌진 자괴감 가려요
저승 문 앞에
날벌레 사체 줄어들지 않아요
일찍
떨어지지 않으려는 꽃잎 같은
생명 무게
머리카락 한 올 같은
만용으로 버텨요
가시 박힌 마음은
말 잘 듣는 바람처럼
정글 숲의 순리를 살아요
저자: 김현희
시인, 껍질의 시(2020) / 고수(高手) (2021) / 견유주의(2021) / 소식주의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