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미 전역을 충격에 빠트린 사상 최악의 생방송 사고 영상을 47년 만에 공개하는 파운드 푸티지 기법의 영화다. 〈100 블러디 에이커스〉의 캐머런 & 콜린 케언즈 형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듄〉, 〈오펜하이머〉의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이 주연을 맡았다. 시체스국제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 각본상을 수상했다.
아이콘과 실화... 향수와 풍자
1977년 핼러윈 전날 밤에 방영된 ‘핼러윈 특집 생방송-올빼미 쇼’ 영상이 비하인드 영상과 함께 공개된다. MC 잭 델로이와 보조 MC 거스, 연주자들과 방청객으로 구성된 올빼미 쇼의 이날 첫 출연자는 영매다. 방청객의 죽은 가족 이름을 부르며 능력을 선보이던 영매는 갑자기 강한 기운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다음으로 출연한 초자연현상 회의론자는 영매가 사기꾼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때 영매에게 예상하지 못한 이상현상이 나타난다.
토크쇼 중간 광고타임에는 흑백으로 분주한 현장 비하인드 영상이 전개된다. 거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위에 집착하는 주인공은 위험한 방송을 이어나가고 사탄교회 집단자살에서 살아남아 악마에게 빙의된 소녀와 소녀를 후원하는 초심리학자가 함께 등장하면서 충격적인 현상이 생방송된다.
실제 인기 토크쇼인 ‘돈 레인 쇼’에서 벌어진 영매 대 초자연현상 회의론자의 일화를 기반으로 무분별한 폭력이 난무한 의심과 불신의 시기이자 오컬트의 부흥기인 1970년대와 시청률의 노예가 된 방송국을 조망한다. 70년대 미국 토크쇼와 심령문화에 대한 정교한 재현도 뛰어나지만 당대 B급 문화에 대한 감독의 이해와 재창조가 감각적이다. 영화는 당시 유행했던 오컬트 문화의 아이콘과 실화들을 나열하고 의도적으로 조잡한 호러 묘사와 투박한 영상 질감을 연출해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악마적인’ 미디어에 대한 풍자적 시선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감독의 독창적 감성 매력
영화는 인간의 시선과 감각은 착각과 망상이 가능하지만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다룬다는 점을 이용해 실체를 파헤치지만 이 영화가 페이크 다큐이듯, 카메라가 담는 것이 모두 실체 그대로라고 믿는 것 또한 어렵다. 오컬트 현상이 제작진이 준비한 특수효과 ‘사기’인지, 또는 사기꾼이 대중에게 건 ‘집단최면’인지, 아니면 진짜 악마의 장난이나 형벌인지 영상이라는 매체는 그 특성상 보고 있는 것도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만든다. 미디어는 시청률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존재며, 모든 것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회의론자의 검증과 논리마저 자극적으로 판매되는 ‘쇼’다. 관객은 그것이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이 자극을 갈구하며 공포 속에서도 이를 외면하지 못한다. 미디어는 사기와 집단최면술 그리고 진짜 악마 그 자체 모든 것이다.
출연자가 피를 쏟아내며 응급실에 실려가고 방송 중에 악마가 나타나도 광고는 제 시간 꼬박꼬박 진행되는 블랙코미디적 묘사는 이 영화가 가짜뉴스로 혼란한 뉴미디어 시대에 대한 은유이자 자본주의 시대의 미디어에 대한 공포와 조롱을 다룬 것임을 명백히 한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오컬트 장르보다는 70년대의 상업화된 오컬트 문화에 대한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토크쇼 스튜디오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긴장감을 쌓아가는 연출력이 탄탄하다. 적절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사실적 연기도 뛰어난데 특히 진행자 역을 맡은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의 심리묘사와 악마에 빙의된 소녀를 연기한 잉그리트 토렐리의 강렬한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레트로 오컬트 문화에 대한 애정과 풍자가 동시에 느껴지는 감독의 독창적 감성이 매력으로, B급 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마니아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