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95년 파리의 이민자 가정 출신의 17살 자히아 지우아니가 지휘자의 꿈을 위해 자신만의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를 결성한다. 출신, 인종, 성별의 장벽을 넘어 세계적인 마에스트라가 된 자히아 지우아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음악영화다.
“음악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파리에서 6.4km 떨어진 도시 팡탱에 살던 자히아 지우아니는 7살 때 우연히 TV에서 전설적인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공연을 보고 지휘에 매료된다. 그러나 교외 출신이라는 이유와 지휘가 남성의 직업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무시와 놀림을 당한다. 자히아 지우아니는 알제리 태생, 교외 지역 출신, 그리고 여성혐오라는 편견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녀의 스승인 세르주 첼리비다케마저 처음에는 자히아에게 지휘는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녀를 낙담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히아는 모두가 잠든 밤에도 랜턴 빛에 의지해 악보를 외우고, 교외 지역과 파리를 오가며 교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파리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지휘 시험을 준비한다.
자히아가 결성한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는 다양한 악장과 다양한 편성의 악기를 사용하는 기악 모음곡 중 하나다. 출신과 성별로 차별받았던 그녀가 모두가 평등하게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출신, 성별, 인종의 구애를 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을 단원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디베르티멘토’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겠다는 작지만 큰 목표를 세운다.
자히아는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클래식 음악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다. 영화에서 페투마가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성에게 첼로 줄에 스티커를 붙여 가르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여성은 실제로 페투마의 제자며, 첼로를 배우는 경험이 그녀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는 자히아의 대사인 “음악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람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친숙한 클래식 명곡들
클래식이 엘리트 음악에 국한되지 않기를 원했던 자히아의 뜻에 맞춰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 감독은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을 선곡했다. 카미유 생상스의 ‘바카날레 춤’은 이러한 기준에 맞는 작품이자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의 대표곡이다. 다른 문화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던 생상스의 신념에 감명받아, 이 곡에서 디베르티멘토의 존재 이유를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대중에게 친숙한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는 영화의 중요한 곡 중 하나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자히아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장식한다. 이외에도 클래식 거장인 베토벤, 슈베르트, 하이든의 명곡부터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와 프로코피예프의 ‘기사들의 춤’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다양한 클래식 명곡들이 웅장한 사운드로 소개된다.
오케스트라 단원 역할에 실제 연주자를 캐스팅한 점도 이 영화의 특색이다. 감독은 배우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연기’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주자들을 캐스팅하며 그들의 삶과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이 제공한 다양한 정보로 장면을 새롭게 구성하기도 했다. 딜런 역의 배우 마랭 샤푸토는 실제 피아니스트이자 클라리넷 연주자로, ‘디베르티멘토’가 그의 영화 데뷔작이다. 감독은 연기 경험이 없는 연주자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1995년 프랑스의 정치·사회·문화를 공부하게 하고, 극 중 인물들이 당시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해 볼 것을 권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리허설 중 촬영된 자연스러운 장면을 편집에 활용하기도 했다.
영화의 실존 인물인 자히아 지우아니와 페투마 지우아니는 영화의 연주 지도를 전적으로 맡았다. 특히, 자히아 역을 소화한 신예 배우 울라야 아마라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와 페투마 역의 배우 리나 엘 아라비의 첼로 연주는 지우아니 자매와 배우들의 노력과 소통으로 완성도를 높인 대표적 장면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