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지방정부 재정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향후 5년간 지방교부세가 12% 급감할 것이란 정부 통계도 나왔다. 지난달 21일 행정안전부는 ‘2024~2028년 중기지방재정계획(재정계획)’을 공개했다.
재정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지방재정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2028년까지 지방재정 수입은 총 1941조 1,4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전망인 2023~2027년 지방재정 수입(2,016조 680억 원)과 비교해 3.7%(74조 9,278억 원) 감소했다. 대내외적 경기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재정 수입은 자체 수입인 ‘지방세’ 등과 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이전 수입인 ‘지방교부세’ 등으로 구성되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국세 수입 감소 등에 따라 지방세와 지방교부세 모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방재정 수입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교부세(354조 원)의 경우 2023~2027년 전망(404조 원)보다 12.3%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지방소멸 가속화 등 구조적 문제 대응을 위한 지출 소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지방정부 재정과 관련한 중단기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행안부는 “지출 효율화 등 강도 높은 재정 개혁을 통해 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그리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재정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지방재정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의무지출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복지비 매칭 방식을 전면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방정부의 의무지출은 기초연금이나 생계급여 등 법령에 따라 지출 규모가 정해진 국고보조사업과 교육비특별회계 전출금 등을 말한다. 의무지출 비중은 2012년 58.6%에 머물렀지만 2013년 처음 60%대를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복지비가 급격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통상 복지비는 정부의 국고 지원과 함께 지방정부가 재정 상황에 따라 최소 10%에서 많게는 80%까지 의무적으로 매칭해 부담한다. 의무 지출에 발목 잡힌 지방정부는 민원 대응, 인프라 개선 등을 위해 쓸 예산이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7일 국무회의에서는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월 183만 4,000원에서 연간 141만 원 인상한 안을 의결했다. 이밖에도 복지사업 대상을 확대하고, 저소득 의료약자의 건강행활유지비 및 주거급여 수급자 자택수선비용도 인상했다. 지방정부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현행 복지 사업 매칭비율은 지방정부의 재정 형편 고려 없이 거의 획일적으로 분담하는 방식이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재정자립도를 보면 서울시와 인천, 세종, 경기를 제외하고는 재정자립도가 모두 50% 이하다. 고령인구가 밀집해 있고, 부동산 거래 비율과 산업 집적도가 낮은 강원(21.80), 충북(27.79), 전북(21.20), 전남(21.08), 경북(21.55), 경남(29.57)의 재정자립도는 모두 30% 미만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세수 증대 요인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정교부금과 복지사업예산 매칭 비율 조정 없이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건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다.
복지 사업 설계단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국회에는 이미 정부의 획일적 매칭사업 방식을 바꿀 관련 법률이 발의돼 있다. 하루빨리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지방정부의 절박함에 호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 자치제 도입 30년이 다 돼 가는데 지방정부 재정은 ‘자치’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