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던 미술계가 모처럼 큰 활황을 맞고 있다. 갑자기 사람들의 예술적 감성이 높아져서가 아니다. 사두면 언젠가 큰돈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심리 때문이다.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는 마당에 세금도 안 내고 잘 만하면 수백 퍼센트의 수익률이 따라준다니 ‘혹’하지 않을 이 없다.
요즘 미술계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2001년 이후 갑자기 불어 닥친 ‘부동산 투기 붐’이 연상된다. 가진 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부동산 투기를 부동산의 ‘부’자도 모르던 서민들도 가세하면서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다. 각종 정책과 높은 세금으로 부동산 투자도 예전 같지 않고, 세금 한 푼 안 내고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미술품 수집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만 보고 덤볐다간 ‘낭패’
여기에 미디어들도 미술품이 마치 신종 재테크 수단이라도 되는 양 미술품 투자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경매사와 화랑들 사이에선 너나 할 것 없이 드러내고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최근 모 화랑은 아예 미술품 투자에 관심 있는 금융권 고객들을 위해 전시장을 여의도의 한 증권사 로비로 옮겼다.
희소가치가 있는 좋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면 물론 투자가치를 따졌을 때도 큰 이득이다. 실제로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등 블루칩 화가의 작품이 7년간 100% 이상 올라 현재 2~9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일부 특정인들만이 아닌, 시장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만하다. 실제로도 서울옥션에서 10번 이상 거래 실적이 잇는 작가 15명의 작품 285점을 분석해 구성한 ‘근현대 미술품 가격지수’의 지난 6년간 수익률은 97.4%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술품 경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요즘 그림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현재 미술품 투자는 양도시 투자차익에 대한 세금이 전혀 없다.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일부 언론매체들은 전했다.
하지만 단순히 ‘투자’만 보고 덤벼들었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미술품은 투명하게 가격이 예측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보는 안목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큰 이익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최근의 ‘미술품 투자 붐’은 내용물이 없는 빈 깡통과도 같은 형국이다. 여기저기서 미술품 투자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사실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거짓 정보’임이 빤히 드러난다. 미술계나 금융계 쪽에서도 ‘미술품 투자’에 대한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얘기만 무성할 뿐 실제 거래는 거의 기존의 컬렉터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지난 5월17일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은 고미술과 근현대미술품 등 총 140여점이 선보여 경매를 진행했다. 최근의 높은 미술품 경매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 이날 경매장엔 기존 컬렉터들은 물론 미술에 관심있는 애호가들과 젊은층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실제 입찰자들 중엔 서로 안면이 있는지 중간 중간 제품에 대한 평가와 가격의 적정선을 얘기하기도 했다.
소장의 목적과 투자가치 병행해서 따져야
한 작품에 입찰해 500만원에 낙찰받았다는 60대의 한 중년남성은 ‘미술품 투자 붐’에 대해 실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좋은 작품을 사서 나중에 비싼 값이 매겨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단순히 투자목적으로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경매나 화랑에서도 보면 그림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소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투자목적을 바라고 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매를 진행한 케이옥션의 관계자도 “미술품에 대한 재테크는 실제 거래 현장과는 동떨어진 측면이 없잖아 있다”고 전한다. 투자 목적이라면 환금성있는 블루칩 작품을 꼽을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투자가치가 있다고 해서 나중에도 가치가 높을 거라는 보장이 없고,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투자만을 목적을 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나 미술품 경매의 경우 배당수익이 없고 컬렉터 컨설팅 비용이나 경매 참가비용 등을 감안하면 ‘확실한 블루칩’ 작품이 아닌 이상, 손해를 감수해야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프라이빗뱅킹(PB) 상담 항목에 보험, 부동산 외에 ‘미술품 투자자문’을 추가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거액 투자가들 사이에 미술품 투자에 적극 나서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경 우리은행 홍보팀 차장은 “요즘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고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추세를 반영해 상담 항목에 포함시켰는데, 아직까지 문의만 오가고 실제적으로 투자로 직결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술품 투자에 대한 가치가 검증이 안되기 때문이다. 정 차장은 “PB고객들의 경우 확실한 투자가치가 눈에 보이는 것을 원하지만 미술품 투자의 특성상 거래정보나 시장도향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분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투자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술계에선 ‘아트펀드’의 출시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었다. 논의만 무성하던 아트펀드를 굿모닝신한증권이 5월말에서 6월초에 출시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결국 국내시장에서의 아트펀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들이 나오면서 흐지부지됐다. 우선 아트펀드를 굴리기엔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가 너무 적고, 투자할 만한 작품도 제한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굿모닝 신한증권 측은 “회사측에서 출시를 하려고 여러모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최근 보도된 내용에 대해 부인했다.
Matthew Carey-Williams (소더비 뉴욕 스페셜리스트)가 제시하는 현대미술품 컬렉션 가이드
1.Authenticity(진품여부)- 작품의 출처에 대한 기록 파악
2.Condition(보존상태)- 작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 요구
3.Rarity(희소성)- 구하기 어렵거나 유일한 작품의 가치가 높다
4.Historical Importance(역사적 중요성)- 작가의 대표작
5.Provenance(소장기록)- 소장자가 유명한 사람일수록 가치가 높다
6.Medium and Size(매체와 크기)
7.Subject Matter(주제)- 대표적인 주제를 가진 것들
8.Quality(작품성)- 제작년도, 크기, 매체, 희소성,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