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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다시 가수…떠나 보고 알았네 아름다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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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웨딩사업으로 성공한 CEO 김태욱(46)이 수트가 아닌 카고 바지를 입고 후드 티셔츠를 걸친 채 11년 만에 가수로서 무대에 올랐다.

김태욱은 2일 서울 홍대앞 롤링홀에서 열린 싱글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 쇼케이스에서 "코디네이터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멋있는 옷을 입고 나왔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1991년 가수로 데뷔해 '개꿈'으로 인기를 모은 김태욱은 다섯 장의 앨범을 냈으나 2000년 성대 신경마비 장애 판정을 받고 잠정 은퇴했다. 이후 사업가로 웨딩시장에 뛰어들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통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번 타이틀곡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회사 아이패밀리SC의 작곡가 출신 직원 이종현이 작곡하고 김태욱이 작사한 정통 발라드다.

이날 목소리 상태는 완전하지 않았으나 김태욱 특유의 내뱉는 창법은 여전했고, 한 음절 한 음절의 끝은 날카로웠다. 지금까지 5장의 앨범을 낸 김태욱은 가장 진심이 배인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스물한살 때 데뷔를 했으니 그 때는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진정성이랄까…. 그런 부분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 이번에는 내 심정을 꾸미지 않았다. 잘 보이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았다."

날것의 정서를 담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오랜만에 녹음을 해보니 기계 같은 걸로 마음대로 (노래의 질을) 조정할 수 있더라. 근데 그게 MSG처럼 느껴졌다. 잘하든 못하든 기본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 내 심정이었다."

특히 사장과 직원이 협업해서 만든 곡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회사에 작곡자의 꿈을 안고 상경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작곡자가 되지 못하고 7년 전에 입사를 해서 차장까지 승진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랑 저녁 술자리에서 꿈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히스토리를 듣고 술 한 잔한 김에 '그래, 나중에 보자'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심신이 힘들 때 음악이 위로가 돼 준 것이 반영이 됐다. "외부에서 볼 때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다. 유명한 여배우(채시라)랑 결혼해서 살고. 그러다 보니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 행복하고 사업 잘 하는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 여름부터 정신적인 맷집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과 체력이 안 좋았다. 병원에 가도 재충전이 되지 않고. 배터리가 다 닳은 거다."

앞서 김태욱은 이미 고생을 했다. 1998년 병원에서 성대 마비로 말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성대를 따라 다른 부분에도 마비가 오리라는 판정을 받은 그는 2000년 채시라와 결혼한 뒤 웨딩 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그 때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 때 이상으로 이번 여름에 많이 힘들었다. 회사의 비전을 세우면서 책임감과 무게감도 더 들고. 내가 상처나 그런 것에 약한가 보더라. 병원에 가보니 3, 4개월 간 무리를 해서 대장 혈관이 다 터졌다고 했다. 방황도 많이 했다. 퇴근하다고 하면서 속초에 가고 한강에서 헤매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가수 김현식(1958~1990)의 '내 사랑 내 곁에'가 빛이 됐다.

 "목소리를 잃은 후로 음악과 애써 이별했다. 사랑할 수 없는 여자 같은 것이니 내 마음에서 버렸다. 그런데 김현식 선배의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를 듣는 순간 위로가 되더라. 이열치열이라고, 아픈 것보다 더 아픈 노래를 들으니 위로가 됐다. 치유가 되는 것 같고. 그러면서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 마음을 열게 됐다. 음악에는 의학이나 과학으로 풀지 못하는 위대한 힘이 있다."

이번 싱글에 커플링 곡으로 함께 실린 연주곡 '속초에서 만들었던 노래'는 방황하던 김태욱이가 어느날 속초에서 소주를 마신 뒤 취했을 때 자신 안에 있는 '진짜 김태욱'을 만나 만든 노래다.

 "내 안의 김태욱이는 행복하지 않더라. 삐친 모습으로, 화가 난 모습으로 보고 있더라. 16, 17년 만에 현실의 김태욱과 대화를 하니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목소리에 장애가 있지만 이 노래로 가요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나도 누군가에게 비타민이 되는 노래를 만들었으면 했다."

유독 '자신은 한 물 간 가수'라는 말을 수차례 되뇌인 그는 "지금은 목소리가 많이 나아져서 20% 정도 회복했는데 내가 좋아하고 의미가 있는 일에 도전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역시 비타민처럼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노래 제목 속 그대는 채시라(47)를 특정한 것은 아니다. "채시라가 노래에 스며들면 힘들다"면서 "(채시라가) 예전에 했던 노래는 마니아 쪽 음악이라고 했는데 이번 노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겠다고 했다"며 즐거워했다.

결국 '그대'는 "꿈꾸고 있고 해보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간절함을 담은 것"이라며 "어느 상황에 대한 팩트가 아니라 자기 마음 속에 생각나는 그 사람"이라고 전했다.

11년 만에 발매한 앨범 '담백하라'에 실린 '아빠의 자장가' 속 주인공인 딸로 인해 음원으로 음악이 유통되는 구조를 명확히 알았다는 그는 이번 곡은 이벤트가 아니라며 "앞으로 라이브 공연도 많이 하고, 진정성을 담을 곡이 있으면 또 앨범도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자신이 앨범을 낸다는 인터넷 기사 댓글의 악플 중 다른 건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장애인이 무슨 앨범을 내냐'는 비아냥에는 가슴이 아팠다. "처음엔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니, 연습을 해서 이걸 개성으로 승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소리 안 듣도록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앨범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연락이 많이 왔지만 "예전 최고의 스타는 가수였는데 이제 TV를 보니 노래는 본인의 캐릭터를 알리기 위해 만드는 것 같다"며 "이 시대 트렌드라 욕할 수는 없지만 가수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 같아 쪽팔린다"고 여겼다.

 "차라리 그렇게 (방송활동을) 하지 말고 15세 때 밴드 활동을 했던 방식으로 라이브 무대에 많이 서고 기본 원칙, 즉 음악에서 벗어나는 건 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숨은 곳에서 라이브를 많이 할 거다. 그리고 회사 밑에 직원들이 사용하는 카페가 있는데 그곳을 라이브홀로 만들 생각이다. 회사 라이브 밴드 동아리가 공연할 수 있고, 인디 밴드 중에서 진정성이 있지만 무대에 서지 못하는 친구들도 세우고 싶다. 그런 것이 진정한 소통이 아닌가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선배로서 그런 활동을 할 예정이다.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내 안의 김태욱의 모습을 기록해 소통을 통해서 진정성을 찾고 싶다."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의 첫 노랫말은 "김현식의 노래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다. "어제(11월1일)가 김현식 선배님 25주기였다. 노래를 내기 전에, 이제는 신비주의에 싸여 있는 (김현식과 전성기를 함께 한 동아기획 대표) 김영 사장님을 찾아갔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제는 선배님의 기일을 조용히 넘긴다고 하더라. 이번 곡이 김현식 선배님을 추모를 하거나 기리는 곡은 아니지만…. 전인권 선배님도 최근 활동을 많이 하고. 그 분들을 그리워하는 대중이 여전히 있을 텐데 이런 곡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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