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전 부총리 공직생활 30년 회고 ‘한국경제 희망있다’ 김진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공직생활 30년을 정리한 자서전을 출간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부총리가 되기까지의 경험들을 회고하고, 재임시절 방송과 언론을 통해 인터뷰한 내용과 연설문, 칼럼 등을 수록했다. 아울러 지인들의 눈에 비친 그에 대한 평가와 한국 경제를 진단한 내용이 담겼다. 김진표 지음/ 도서출판SPC/5,000원 큰 스승이 큰 인물을 만든다 제1장 ‘수원 촌놈에서 대한민국 경제 수장으로’에서 저자는 지나온 삶을 반추한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노력해온 모습이 엿보이고 특히 아버지의 가르침이 눈에 띈다. 수원 지방공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초등학생었던 그에게 10여 평의 밭을 분양해 농사를 짓게하고 그럼으로써 노동의 가치와 자립심을 느끼게 했다. 그는 땅을 고루고 김을 매고 거름을 주면서 작물을 재배했고, 수확된 것은 친구들에게 나눠주면서 베품의 기쁨을 맛봤다. “흙을 제치고 세상을 향해 머리를 내밀던 연두색 싹이 어느덧 한뼘 크기로 자라고 줄기를 내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은 세상을 보는 눈을 다르게 했다”고 회상한 그는 “농사짓는 마음은 선
연극 ‘남자충동’으로 정극에 도전하는 개그우먼 조혜련 연극 ‘남자충동’(조광화 극작·연출)의 연습현장. 영화 ‘넘버3’와 드라마 ‘좋은 사람’ ‘때려’ 등으로 연기력과 대중성, 양쪽 모두에서 검증된 배우 안석환이 한창 대사를 치고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영화 ‘올드보이’의 오달수, ‘지구를 지켜라’의 황정민, ‘나쁜 남자’의 김윤태와 뮤지컬 ‘그리스’의 엄기준 등 낯익은 배우들이 앉아있다. 연극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서 자기 영역을 구축한, 스케줄 맞추기도 힘들 그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정신을 홀라당 들게 했다. 개그우먼 조혜련이다. 웃음은 가라, 이젠 눈물이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우선 TV에서 한 ‘떡대’하던 그녀가 이렇게 왜소할 줄은 몰랐고 아무리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라지만 ‘막강군단’을 내세운 야심작에 그녀도 참여한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자칫하면 심각한 장면에서 관객이 피식 웃어버리는 당혹스런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녀는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절대 그렇게 연기하지 않을 거니 염려 말라”며 일침을 놓았다. 시원스런 목소리와 말투는 방송에서와
서민의 히어로가 영상문화 지배… 암울한 시대, 대리만족의 출구 살림살이는 쪼들리고, 나날이 새롭게 드러나는 정치권의 부정부패는 상상을 초월하고, 밤의 도시는 각종 범죄 괴담들로 가득하고, 일터는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살벌하고, 힘의 논리는 점차 위력적이고, 정의는 죽고, 희망은 없고…. 요즘처럼 살기 힘든 때에 서민들의 유일한 낙은 한 잔의 소주, 그리고 승승장구하는 TV 속 영웅 장금이가 아닐까. 답답한 현실에서 출구를 찾는 서민들의 갈망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영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서장금, 장총찬, 이순신… 영웅 천하 영웅 없는 시대에 영웅이 넘쳐난다. ‘허준’ 이후 국민드라마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얻은 MBC 퓨전사극 ‘대장금’이 한 여인의 신분상승 성공기로 안방을 휘어잡은데 이어, 최근 SBS는 80년대를 대표하는 영웅 장총찬을 되살려 ‘2004 인간시장’을 내놓았다. 경이적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실미도’ 또한 역사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서사 원형은 영웅담이다. 강한 생존력으로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의리와 우정을 실천한 후 장렬한 최후를 받아들인다는 기본 구조는 고전 남성영웅 신화의 재현이다. 현재 제작중인 작품들은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 올
‘상계동 올림픽’에서 ‘애국자 게임’까지… 역사의 획을 그은 명작들 후폭풍에 떨고 있다. 탄핵정국이 아니라 영화계 말이다. ‘실미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광풍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작들이 자본과 배급망을 장악하면서 한국영화의 다양성은 더욱 위협받게 된 것. ‘대작편식증'에서 벗어나 작은영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로 한국독립영화사에 획을 그은 대표작 10선을 뽑았다. 도식화와 진부함의 위험에도 이 같은 기획을 구상한 것은, 많은 경우가 독립영화 활성화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체질적 거리감을 어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억과 담론 속, 곳곳을 누비며 스크린에서까지 살아 숨쉬기를 멈추지 않는 이 10편의 영화는 독립영화 왕초보를 중독자로 바꿀 힘이 있다고 믿는다. 1980년대, 사회변혁 꿈꾸는 저항영화한국독립영화는 1982년 설립된 최초의 독립영화단체 ‘서울영화집단’으로 시작됐다. 이 단체는 ‘파랑새’ ‘그 여름’ 등 정치 사회적 억압과 모순을 고발하는 저항영화를 내놓으며 한국독립영화의 원형을 만들었다. 198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사회운동의 성장과 함께 영화운동도 활발해졌다. ‘상계동 올림픽’(1988)은 그 지점에서 탄생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이주훈 사무국장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이주훈(36) 사무국장을 만나 독립영화가 관객과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영상미디어센터는 새로운 영상정보시대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읽고 쓰는 능력)의 국민적 확대를 위해 마련된 공공문화기반시설로서 독립영화전용관, 영상기자재 대여, 영상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센터는 그 자체가 '거물영화 蔗컨?의 살아있는 대안이다. 독립영화의 제작과 배급현황은 어떤가. 정확한 자료는 없고 통상 영화제 출품기준으로 매년 600~800편 정도의 비상업적 영상 작품이 만들어진다. 학생 작품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이중에서 관객과 직접 만나는 영화는 많게 봐도 100~200편 가량이다. 현재 어떤 방식으로 배급과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나. 영화제가 대표적이다. 그 외 공중파 케이블 학교 등에서 상영되며, 각종 행사나 축제 등에 이벤트 성격으로 상영회를 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비디오나 DVD를 판매하기도 한다. 독립영화의 배급 제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이벤트성이 아닌 일상적으로 독립영화를 만나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충무
학창시절 사회과목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던 문제, 각 지역의 특산물이 잘못 연결된 것은? 보기에는 안성 유기, 담양 죽제품, 강화 화문석이 어김없이 제시됐다. 강화도 화문석이라, 대부분 화문석이 뭔지 몰랐지만 우리는 주입하는 대로 외웠고 그다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냥 일종의 돌을 가공해서 만든 그 무엇일 거라는 예상만 했을 뿐이다. 화문석이 돌이 아니라 꽃화(花) 무늬문(紋) 자리석(席), 즉 왕골로 만든 무늬가 있는 돗자리, 일명 꽃돗자리를 의미한다는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이런 무식함이라니! 강화도 고향, 선대부터 유명화문석에 관한 재밌는 기억을 떠올리며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6호 ‘초고장’ 한순자(56) 씨 댁을 찾았다. 화문석 만드는 장인인 한씨는 단아한 한복 차림으로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한 분홍빛 한복이 집안을 가득 메운 오색빛깔 재료들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그녀가 만든 화문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와 말하지만 솔직히 그녀와의 인터뷰는 수월치 않았다. 워낙 일에만 빠져있는 성격 탓인지 먼저 말을 꺼내지도, 질문 이외의 대답을 덧붙이는 경우도 없었고 온통 머릿속에 작업에 관한 생각만 가득한 듯 했다.우선 어떻게 이 일을 하게
사계절 중 가장 시각적으로 시끌벅적하게 찾아오는 봄이 드디어 납시었다. 봄의 전령사들이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며 곱디고운 자태와 그윽한 향기로 바람난 손들을 유혹하느라 분주하다. 그 첫주자 매화가 3월 이른 상춘객들의 마음을 달래는 사이 벚꽃 개나리 유채꽃 진달래 등이 완벽한 준비태세를 마쳤다. 다양한 이벤트까지 마련된 지방 꽃축제 그 서막을 알린다. 하얀 눈송이 같은 벚꽃봄꽃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벚꽃은 4월의 문턱을 넘어서기 바쁘게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일시에 피어난다. 4월 중순이면 전국을 뒤덮고 5월에는 산벚꽃이 초록 산을 하얗게 물들이기 때문에 여행지도 매우 풍성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경남 진해로 진해 군항제(055-548-2043)를 빼놓고 벚꽃축제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행사 기간에는 해군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 등이 일반에 공개된다. 진해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은 제황산 공원의 벚꽃동산과 해군 통제부 일원이고 장복터널에서 여좌동까지의 국도도 벚나무 3,000여 그루 양편에 죽 늘어서 장관을 이룬다. 4월5일까지 열린다.국내에서 가장 긴 벚꽃길인 전북 전주와 군산을 잇는 100리 길 전군가도(063-450-4554)는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파라북스/ 14,500원 시체와 관련한 기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하다. 시체보관소 문에 손톱으로 긁혀진 자국이 있다거나 해부실에 갇힌 의대생이 공포에 질려 죽었다는 괴담, 혹은 만두에서 손가락이 나왔다는 소문 등, 시체는 우리에게 수많은 상상력과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과학작가인 저자 메리 로취는 이 책의 제목이자 딱딱한 상태, 즉 사후경직이 일어난 시체를 의미하는 ‘스티프’에 얽힌 사실과 오해를 유쾌한 어법으로 풀어냈다. 의학발전에 지대한 공로산자만 바쁜 것이 아니라 죽은자도 바쁘다. 땅 속에 가만히 누워 썩기만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험실에서 마취주사 없이 절단 당하기도 하고, 안전장치 개발을 위해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고 자동차에 올라 건물 벽과 정면 충돌하기도 한다. 총탄의 인체 관통과 방탄복 실험에도 참여한다. 산자를 위해 죽은자가 희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주검의 위대함’을 기록하기 위해 해부실습과 인체가 부패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1991년 로이터의 ‘손님들, 인육만두 맛있게 먹어’라는 기사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하이난 섬도 여행했다. 취재 결과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묘사해 자칫 비
공 연천국과 지옥대학 캠퍼스의 뮤지컬 그룹과 거리의 힙합 그룹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 춤 그리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젊은이들의 꿈을 그린 성장 드라마. 죽은 아내(에우리디체)를 못잊어 저승세계까지 찾아간 오르페응?신화를 다룬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를 힙합과 재즈가 가미된 뮤지컬로 변안, 재구성했다. ‘격조 높은 새로운 소극장 뮤지컬'을 표방한 연희단거리패 작품.5월2일까지/ 게릴라극장 문의 : 02-763-1268 어둠이 떠오를 때어느 날 갑자기 마치 불이 나간 것처럼 눈이 먼다면? 원인도 모른 채 갑작스런 실명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하나의 상실이 혼돈을 야기하고 급기야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포착한다. 시간과 공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서로의 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감지해야 하는 또 다른 세상이 무대에 펼쳐진다. 4월11일까지/ 강강술래소극장 문의 : 02-912 - 9169 시계 멈춘 어느 날전쟁터로 사진을 찍으러간 아빠와 그 가족, 폭격으로 무너진 집에 갇혀있는 노부부, 아기를 안고 전쟁터를 피해 다니는 여인. 아이들에게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전쟁'을 세가지 이야기로 엮은 아동극. 어린이들의 생각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인터뷰를 통해 사회구
그리스도가 지상에 머문 마지막 12시간의 수난사를 재현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현재 미국 영화계와 종교계의 최대 이슈다. 이 영화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의 중심은 반유대주의 정서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연출과 제작, 각색까지 겸한 배우 멜 깁슨은 유대계의 항의와 테러위협을 숱하게 받았다. 끔찍한 장면 묘사도 문제가 됐다. 기독교를 상업화하는 센세이셔널리즘이라는 비난과 예수의 수난에 대한 생생한 리얼리즘이라는 찬사가 충돌했다. 영화를 관람하던 미국의 한 관객은 극장에서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 모든 사건과 상황은 결론적으로 멜 깁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실미도’가 그랬듯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영화적 평가 이전에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시각적 자극, 종교적 성스러움으로 교묘히 전환‘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명백한 종교 영화다.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라, 종교를 위한 영화다. 그리스도 최후의 수난 과정은 성경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자극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상업적 채택으로 적당하지만, 종교적인 의미도 깊다. 예수가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달자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반전된 순간이 바로 십자가 처형이기
교회를 한번이라도 안가 본 이가 있을까? 최소한 어렸을 적 한번쯤은 친구 손에 이끌려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교회에 가봤을 것이다. 그때 목적은 사실상 선물이다. 때문에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면 대부분 한번의 경험으로 끝내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드물게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독실한 신자가 되기도 하지만…. 기독교인이 됐다하더라도 삶과 신앙의 괴리 속에 끊임없이 갈등하게 된다. 특히 고민에 빠진 젊은이들은 고등학교 졸업을 정점으로 하나둘 교회를 떠난다. 청년들이 없다. 올해로 선교 120주년을 맞은 한국 개신교의 가장 큰 위기는 이것이 아닐는지. 비단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주5일근무제가 도래하면서 여가생활을 즐기느라 예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짙다. 이에 교회들이 주님의 품안으로 어린양들을 다시 부르기 위한 여러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영화 음악 춤 등 다양한 문화장르를 접목시킨 문화목회부터 예배당의 파격변신까지, 21세기 교회의 변신에 주목한다. 레포츠·웰빙 교회, 영화설교 지난해 문화관광부 종무실이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국내 종교문화공간의 사회적 활용방안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 모범사례로 선정된 경기 안산시 사동 새안산레포츠교회(담임목사
1000만 관객 시대를 이끈 ‘실미도’는 단순한 한 편의 영화를 넘어 사회 현상이 됐다. 실화를 다룬 영화가 실화 자체일 수 없는 당연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건의 무게는 영화의 가치로 당연한 듯 치환됐다. ‘실미도’에 대한 아득한 신드롬이 가시기도 전에 ‘태극기를 휘날리며’가 새로운 이슈로 닥쳐왔다. 5명당 1명이 같은 영화를 보는 대한민국적 상황은 연구해 볼만한 것이라는 한 평론가의 말처럼, 대박영화에 대한 폭발적 반응과 과잉 의미부여는 분명 기현상이다. ‘실미도’와 ‘실미도 사건’의 동일시‘실미도’ 신드롬은 ‘매트릭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과는 다른 구석이 있다. 시대의 문화적 코드로 떠오른 헐리우드 화제작은 오락적 스펙터클과 일정 수준의 작품성을 갖춘 상업영화였을 뿐만 아니라, 신드롬의 범위도 한정적이었다. 영화의 파장은 영화를 넘어섰지만 그 뿌리는 영화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설명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실미도’는 언론의 문화면이 아닌 사회면을 장식한 영화였다. ‘실미도’ 스틸은 9시 뉴스와 시사잡지에서 넘쳐 났다. 애초부터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논의 없이 ‘아픈 역사를 재조명한 야심작’이라는 평가가 내려졌
얼마 전만해도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소유한다는 것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는 ‘뿌듯한’ 일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도장이 필수목록에 포함됐던 것은 그런 연유가 아니었을지. 서류상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분신으로 도장은 ‘잃어버려서는 안될’ 소중한 가치를 지녔고 중요한 순간마다 제 역할을 당당히 수행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발달하고 모든 게 자동화되면서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도장장이도 사라지고 도장도 제 할 일을 다수 잃어버렸다. 이제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글자가 살아 움직여야 최고한자리에서만 30년, 전부를 합치면 50년간 인장 새기는 일만 해온 이동일(65) 씨. 그는 오늘도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5층 한 구석자리에서 작업에 열중하느라 여념이 없다. 1979년 인장공예 1급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국 인장기능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 2002년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인장분야 명장으로 선정된 그는 이 분야 최고 실력자다. 특히 그의 작품은 상업적인 실용성과 전각의 예술성이 결합된 예술인장이라는 평을 받았다.“최소의 공간에서 조형미를 표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글자 하나하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