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국 여자 유도의 기대주인 김잔디(24·양주시청)에게 2012 런던올림픽은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로 큰 기대 속에 매트에 선 김잔디는 16강전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4년 간 칼을 간 김잔디는 내년 여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선다. 런던에서의 아쉬움을 날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언제 다시 찾아올 지 모를 꿈의 무대다.
지난 2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김잔디는 "첫 올림픽 때는 어렸을 때라 멋 모르고 막무가내로 했다. 올림픽이 큰 무대라는 생각에 내 기량을 못 펼쳤다"고 회상했다.
애초에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미 실패를 맛봤다면 교훈이라도 얻어야 한다. 김잔디는 "런던에서의 실패가 리우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리우에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김잔디의 올림픽 전망은 어두웠다. 입상은 커녕 리우행 비행기를 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서정복(61) 유도대표팀 총감독이 "올림픽행 티켓만 가져온다면 선물을 주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김잔디는 이를 악 물었다. 지겨울 정도로 훈련을 반복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가 통했다. 6월 아시아오픈 정상을 밟은 김잔디는 10월에 출전한 타슈켄트 그랑프리와 아부다비 그랜드슬램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린 김잔디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조민선 이후 여자 유도 노골드의 한을 풀어줄 후보로 급부상했다.
김잔디는 "예전에는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런데 세계선수권(8월)을 다녀온 뒤 자신감을 되찾았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하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올해 초에는 올림픽 메달과는 먼 선수였는데 이제는 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훈련량이 많은 유도 대표팀 내에서도 김잔디는 소문난 연습벌레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도통 쉬는 법이 없다. 주말에는 방에 틀어박혀 잠만 자기 일쑤다. 너무 혹독한 훈련 탓에 오버 페이스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잔디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지금 내가 불안해 하는 부분은 부상이 아닌 훈련을 많이 하지 않으면 올림픽에서 후회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러기에 스스로를 채찍질을 하고 있다. 힘들어도 쉬지 못하는 시기"라고 재차 의지를 다졌다.
올 후반기 활약으로 김잔디는 세계적으로 제법 유명해졌다. 이제는 집중 견제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김잔디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연마 중이다. 현역 시절 빼어난 기술의 소유자였던 이원희(34) 코치의 존재는 든든한 힘이다.
김잔디는 "올 겨울 훈련을 통해 다른 선수들이 분석하지 못할 기술을 만들 생각이다. 이원희 코치님이 워낙 기술이 좋아 믿고 따르고 있다. 부족함 없이 잘 되는 중"이라고 웃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기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기고 지는지를 많이 깨달았다"는 김잔디는 "리우올림픽에 대비해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성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