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 투수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42)가 텍사스 레인저스 역대 최악의 자유계약(FA) 영입 선수 1위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 텍사스 지역매체 '댈러스모닝뉴스'는 25일(한국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텍사스가 지난 20년 동안 영입한 최악의 FA를 1위부터 10위까지 선정해 보도했다.
오랜 기간 텍사스를 전담 취재해 온 에반 그랜트 기자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뛰었던 박찬호를 '최악의 먹튀'로 꼽았다.
그랜트 기자는 "레인저스 구단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중심으로 팀을 빠르게 재편하기 위해 투수들을 무더기로 영입했다"며 "누구든 원하면 6000만달러를 줬고 이때 박찬호가 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박찬호는 기본적으로 뜬공 투수"라며 "투수 친화적인 내셔널리그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알링턴(텍사스 홈구장)에서는 정반대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LA 다저스에서 5년 연속 19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13승 이상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하던 박찬호는 FA 자격을 얻어 2001년 12월 당시로는 파격적인 계약기간 5년 옵션 포함 7100만달러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박찬호는 이적 첫해인 2002년 시범경기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데 이어 시즌 내내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25차례 선발로 나와 145⅔이닝을 소화하며 9승8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때만해도 부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 7경기에 나서 29⅔이닝 동안 1승3패로 풀 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래 최악의 성적의 거뒀고, 2004년에도 100이닝을 넘기지 못하며 4승7패로 거듭된 부진에 시달렸다.
2005년 비교적 정상적인 몸상태로 시즌을 보낸 박찬호는 20경기에 등판해 8승5패의 성적을 올렸지만 시즌 도중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68경기에 선발로 나서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380이닝 동안 홈런을 55개나 맞았다. 2006년부터는 매년 팀을 옮기는 '저니맨'으로 전락했다.
그랜트 기자는 "박찬호가 텍사스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 5.79는 50차례 이상 선발 등판한 역대 모든 텍사스 선발 투수 가운데 2번째로 나빴다"며 "완전한 재앙이었다"고 혹평했다.
역대 최악의 FA에는 후안 곤살레스(2위), 마크 클라크(3위), 제이 포웰(5위), 랜스 버크먼(7위), 알렉스 로드리게스(10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대로 같은 기간 최고의 FA에는 추신수와 함께 뛰고 있는 애드리안 벨트레가 1위에 꼽혔다. 놀란 라이언(3위), 존 웨틀랜드(4위)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가 6위를 차지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최고의 FA 영입 선수 10위에도 선정됐다.
이에 대해 그랜트 기자는 "로드리게스는 개인적인 성적만 보면 레인저스 구단이 원했던 모든 것을 제공했다"면서도 "로드리게스가 뛴 3년 동안 텍사스는 3년 내리 지구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