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올해 자유계약(FA) 선수 최대어인 김현수(27)가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다.
포스팅(비공개경쟁입찰) 시스템을 거쳐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 박병호(29)에 이어 김현수까지 메이저리그행을 확정하면서 최근 KBO리그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빅리그행이 뚜렷하다.
2012년 류현진(28)이 KBO리그 무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포스팅을 통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강정호(28)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둥지를 틀며 야수 출신으로는 첫 사례를 남겼다.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했던 이대호(33)와 오승환(33)도 올 시즌을 끝으로 MLB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황재균(28)과 손아섭(27)도 빅리그를 노크하기도 했다.
이대호와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내년 시즌 일본에서 뛰는 선수는 지바 롯데 마린스의 이대은(26) 한 명뿐이다. 이대은도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지난해 일본에 진출, KBO리그 경험은 없다.
이렇듯 과거 해외 진출 선수들이 일본 무대를 선호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KBO 무대를 평정한 선수들의 일본 진출은 자연스러운 코스였다.
선동렬 전 KIA 감독과 이종범 해설위원을 시작으로 구대성(시드니 블루삭스), 이상훈(LG 코치)를 비롯,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이범호(KIA), 임창용(전 삼성) 등이 그랬다. 이대호와 오승환도 마찬가지였다.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계약한 박찬호의 성공 사례로 한때 아마추어 선수들의 미국행 러시가 붐을 일었지만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 이후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어 지금은 뜸한 상황이다.
대신 류현진과 강정호의 성공으로 KBO리그에서 족적을 남긴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일종의 코스처럼 되어가고 있다.
해외 진출 선수들이 일본보다 미국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일본은 한국과 가깝고 문화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밀접했다. 야구 경기를 하는 방식도 미국보다는 일본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일본에 진출할 경우 국내에서보다 훨씬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
반대로 미국은 그야말로 꿈의 무대였다. KBO에서 아무리 두각을 나타낸 선수라고 할지라도 그 실력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통할지 의문이었다. 우리와 다른 미국 문화에 대한 두려움도 깔렸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적응하지 않는 한 국내 프로생활에 익숙해진 선수들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투수 류현진을 비롯해 내야수인 강정호까지 차례로 빅리그 무대에 연착륙하면서 선수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은 국내 선수이 자신감을 느끼게 했다. 반대로 KBO리그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도 달라지게 됐다. KBO를 신흥시장으로 보고 앞다퉈 한국에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외국인 선수라는 이질감도 일본보다 미국이 오히려 더 적을 수 있다. 제한적인 인원의 외국인 선수들이 뛰는 일본은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견제가 심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메이저리그는 다양한 문화권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할 뿐 동양인 선수라고 해서 특별히 견제를 더 받거나 하지 않는다.
또한 일본은 더 이상이 국내에서는 넘볼 수 없는 수준의 몸값이 주어지는 곳이 아니다. 올해 오승환의 연봉은 3억엔이었다. 초특급 대우를 받은 이대호는 5억엔이다. 물론 거액임에는 틀림 없지만 국내시장도 FA 최고 몸값이 100억원 근접해진 마당에 넘볼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미국에 진출한 강정호와 박병호는 연간 30억원대 연봉을 받는다. 김현수는 이보다 많은 40억원 수준이며, 류현진은 50억원을 넘게 받는다. 나아가 기량을 인정받으면 천문학적인 몸값을 기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성공 이후 직간접적으로 미국 야구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있는 꿈의 무대에 대한 도전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국내에서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라면 꿈의 무대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가 실패한들 또 다른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