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지난달 진행된 2016년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는 베테랑 오상은(KDB대우증권).
오상은은 20년 가까이 한국 남자 탁구계를 이끌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세계선수권에서만 10차례 입상했고 탁구계 내홍으로 혼란스러웠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단체전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로 끝으로 태극마크에 작별을 고한 오상은이 다시 선발전에 출전한 것은 오로지 아들의 바람 때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 중에도 첫째 아들 준영군의 말 한마디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준영군은 현재 오정초등학교에서 탁구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오상은은 "어느 날 아들이 '아빠는 탁구를 잘 치는데 왜 국가대표가 아니야?'라고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대표팀에 도전하겠다는 맘을 굳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다시 돌아온 오상은은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량으로 승승장구했다. 11승 전승으로 1차 선발전을 가볍게 통과한 뒤 최종 선발전에서도 13승7패로 분전, 당당히 상비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상은은 "그동안 나를 위해서 국가대표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가족이 원해서 하게 돼 기분이 남다르다. 아들이 수고했다고 한다"고 웃었다.
태극마크를 다시 달기는 했지만 오상은은 코리아오픈을 제외한 국제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들 앞에서 당당한 아버지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듯 했다.
오상은은 "그냥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고 싶었던 것뿐이다.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이 원해서 태극마크를 단 것"이라면서 "내가 랭킹 포인트를 쌓을 이유는 없다. 나보다는 후배들이 나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현역 생활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오상은은 은퇴 전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소개했다. 아들과 함께 복식 조를 꾸려 대회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주 끝난 KB국민은행 제69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아들과의 복식조 구성을 추진했지만 준영군의 나이가 너무 어려 무산됐다. 당장은 어렵지만 준영군이 호프스 선발전 출전 자격을 얻는 1~2년 뒤에는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부자(父子)가 복식조를 형성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한다"는 오상은은 "아들이 자격을 얻을 때까지 버티겠다. 내 기량이 더 떨어지기 전에 꼭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