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필호 기자]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일 공식 선거운동 돌입 후 처음으로 수도권을 벗어나 집토끼 단속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 후 곧바로 부산으로 이동해 '릴레이' 지원 유세에 나섰다.
김 대표는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는 측근 박민식 의원(북·강서갑)과 컷오프에 반발, 무소속 출마한 장제원 후보에 밀리고 있는 손수조 후보에 대한 '한 표'를 호소했다. 아울러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를 맹비난하면서 야권심판론과 야권후보 연대 반대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빨간불’ 켜진 북·강서갑-사상 집중 유세
김 대표는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박민식 의원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오늘도 제주도에서 4.3추모제가 끝나고 유세를 할라고 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박민식 의원이 죽어간다고 해서 살리러 왔다"며 "우리 북부 왜 이러냐. 박 의원이 뭐 잘못했다고 혼을 내십니까"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박 의원의 노력으로 8년 전 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박 의원은 더 많은 계획을 갖고 있다"며 "지역예산을 차질없이 확보하려면 힘이 많이 들어간다. 박 의원을 3선으로 만들어갖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만들어서 북구 팔자 한번 고쳐보자"고 '감투 공약'도 빼놓지 않았다.
더민주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 지원 유세 현장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김태호 최고위원,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 조경태, 유재중, 김도읍, 하태경 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는 우선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 "4년 전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러분이 후회도 많이 되실 것 같다"며 "연고도 없는 분이 사상에 출마해 낙후된 사상을 바로잡겠다고 해서 뽑아줬는데 낙후된 사상구를 발전시켜줬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이어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들이 한 60%를 점유하고 있었다. 근데 문 전 대표가 60%는 만족하지 못하고, 친노패권주의가 발동돼 당내 세력을 80%로 끌어 올리려다가 당이 깨진 것 아니냐"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생각과 이념, 정체성이 다르다. (그럼에도)결합해서 같이 사니까 이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혼을 해서 새누리당과 붙어보려니까 상대가 안되서 자꾸 옆구리 쑤시고, 안철수 대표가 안하겠다고 하는데 끌어당기는 모습 봤느냐"며 "집안 살림도 이렇게 안되는데 국정운영하는 제1야당이 이래서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도 "손수조 후보는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픽업한 박근혜 키즈 중 한사람"이라며 "지난번에 사상구민들이 손수조 후보 선택 안해서 섭섭했다. 그 때 된사람이 문재인 전 대표다. 만약 손수조 후보가 됐다면 우리 박근혜 대통령 발목잡는 것을 지금보다 적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지금 김무성 대표가 전국을 누비고 있는데 그래야 부산 체면이 좀 안서겠냐"며 "부산에서 손수조 후보 비롯해서 전원을 당선시켜줘야 부산이 살아남고, 김 대표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아울러 이번 공천에서 컷오프 되자 이에 반발, 무소속 출마한 장제원 후보를 겨냥해 "여러분, 당선되고 나면 복당된다는 말 믿지 마이소"라며 "공천은 괜히 하나. 새누리당 후보가 무소속이 아닌 새누리당 후보가 돼야 사상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심판론 재등장
김 대표는 이날 야권심판론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구포시장 연설에서 "야당사람들은 문 모 전 대표처럼 부산을 발전시킬 생각은 안하고, 정치적 발판으로만 이용했다"며 "당선시켜줬더니 지역구 반납하고 중앙정치하다 잘못해서 더민주가 분당됐다"고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치를 잘했으면 분당 될리가 있느냐"며 "분당해 놓고 본인이 비판 안받으려고 뒤로 숨고, 김종인 영감님을 모셔서 지금 이러고 있다. 정치는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저처럼 잘못하면 책임져야한다. 이번 선거 끝나고 새누리당 대표직 사퇴하겠다는 말씀 들으셨냐"며 "이렇게 책임지는 정치를 해야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중구 국제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3년 반 전 우리나라 제조업이 한계가 왔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해서 서비스법을 국회에 보냈다"며 "그 법이 통과되면 청년 일자리가 79만개가 창출되는데 더민주가 발목잡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이어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더민주에게 단 한표도 줘서는 안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영도구로 자리를 옮겨서도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한 것을 세계인들은 기적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고 하는데 정작 젊은 청년들은 '헬조선'이라고 한다. 이건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교육을 잘하기 위해 역사교과사를 올바른 교과서로 만들려고 하는데 이걸 반대하는 정당이 더민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역구서 대권행보 공식화?
김무성 대표는 이날 특히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개유세를 하며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잇따라 해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선 이날 오후 선거구 획정으로 자신의 지역구로 편입된 부산 중구 국제시장에서 공개 연설을 갖고 "제가 이번 선거가 끝나면 당 대표는 그만둘라고 한다"며 "이제 더 큰 정치를 해야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당선되면 6선 의원으로서 대한민국 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하겠다"며 "또 제 고향 발전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영도구 남항시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이번 총선에서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공천 신청자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이분들이 열심히 해서 여러분 앞에 4년 뒤에는, 또 4년이 될 지 2년뒤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떳떳하게 국민공천제로 여러분이 선택해 제 후계자가 정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대 대선이 2017년 12월에 실시되는 만큼 김 대표가 "2년뒤가 될 지 잘 모르겠다"고 한 것이 결국 대권 행보를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유세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2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대선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냥 하는 말이지"라고 웃어 넘겼다. 김 대표는 또 '더 큰 정치를 해야되지 않겠냐는 말의 의미'를 묻자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