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홈플러스가 지난 4일 자금난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전격 신청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2조 원 규모의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이나 납품업체의 대금 지급을 일정 기간 동결 또는 낮출 목적으로 회생절차를 먼저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 ‘초강수’
MBK파트너스로 인수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은 홈플러스가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전격 신청했다. 이번 회생신청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시작됐다.
이렇게 K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초강수’를 두면서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충격파가 일고 있는 모양새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등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그 외에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 부담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이다.
앞서 MBK는 2015년 영국 기업 테스코로부터 지분 100%를 당시 약7조2,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대규모 차입이 발생했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최대 인수 딜로 기록되지만, 인수 10년 만에 홈플러스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홈플러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조주연 대표와 MBK파트너스 부회장인 김광일 대표 2인의 각자 대표 체제로 재정비한 바 있다.
문제는 MBK가 일체 자구 노력 없이 갑자기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데 대해 논란과 비판이 일고 있다.
자구책 無 기업회생절차…‘무책임’ 논란
MBK가 2조 원 규모의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이나 납품업체의 대금 지급을 일정 기간 동결 또는 낮출 목적으로 회생절차를 먼저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채무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에 금융채무 탕감 조치 등을 신청하고 나선 것은 MBK가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서울회생법원에서 진행된 심문 절차 후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 때문에 단기 유동성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신청한 것”이라며 “회사의 상거래 채무나 임직원들 급여 채권은 정상적으로 변제된다”고 밝혔다.
MBK가 단기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해 온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잔액은 2,804억 원으로 이달 756억 원에 대해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선순위 투자자인 메리츠그룹의 1조2,000억 원대 차입금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MBK는 지난해 5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을 상대로 만기 3년짜리 1조2,000억 원의 차입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부터 홈플러스기 일부 납품업체에 한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해주기로 하면서 정산 지연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지며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가 적지 않다.
알짜 점포 매각, 매출 ‘급감’ 수익성 ‘악화’
MBK에게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는 것 자체는 적신호이다.
홈플러스의 교섭노조인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와 관련해 매장 폐점과 대량 해고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한 이후 수천 명의 직영직원을 감축했다”면서 “2년 동안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받았고 재입점 약속도 받았으나 재입점이 된 점포는 단 하나도 없고 이런 문제들이 쌓여 신용등급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회사 측을 향해서는 “부채 규모, 경영 문제 등 회생 사유와 MBK파트너스의 책임, 회생계획서와 노동자에 미칠 영향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MBK는 유통 시장이 온라인 쪽으로 기우는 추세와 쿠팡, SSG닷컴, 네이버 쇼핑 등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면서 홈플러스의 전통적인 매출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결국 인수 차입금 이자 부담마저 커지자 알짜자산을 하나둘씩 매각을 시작했다.
유통업계는 MBK가 매년 매출 상위권에 들던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 알짜 매장을 포함해 20여 개 부동산을 매각한 것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차입금 비중이 과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이렇게 매출이 좋은 홈플러스 점포를 매각하면서 매출은 급감했고 수익성은 악화했다.
MBK는 공식 입장을 통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홈플러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이런 조치가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MBK에 따르면 유통업 특성상 홈플러스는 대규모 매입대금을 매달 1회 일괄 지급하지만, 매출대금은 매일 들어오는 시스템이다. 이로 인한 자금 흐름의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매입·영업대금 유동화 및 단기 기업어음을 발행해 운전자금으로 활용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A3-’로 강등하면서 단기자금 운용에 차질이 예상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노조 한 관계자는 “MBK의 탐욕이 부른 위기”라며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내놓든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MBK는 “2015년 인수한 이래로 홈플러스로부터 단 한 번도 배당이나 기타 어떠한 형태의 금원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5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