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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침의 향기] 리우서 '가시밭길 뒤의 영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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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폐막한 브라질 리우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대회로 평가될 만하다.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따내 208개 출전국(난민팀 제외) 증 8위를 차지함으로써, 최근 4개 대회 연속 세계 10강안에 드는 스포츠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당초 '금메달 10개 이상으로, 종합순위 10위 이내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는 선전을 펼친  한국은 몇 몇 종목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하기도 했다.


남녀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남녀 개인전·남녀 단체전)를 휩쓴 것을 필두로 사격 1개(남자 50m 권총), 펜싱 1개(남자 에페), 태권도 2개(여자 49㎏급·여자 67㎏급), 여자골프 1개를 합쳐 총 9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비록 이번대회에서 배구 등 구기종목 단체전 등에서 부진한 면을 보이긴 했지만, 과거 양궁과 태권도 유도 복싱 레슬링 등 일부 종목에 치우친 메달획득으로 비웃음거리가 되곤 했던 데 비하면 고른 종목에서 선전했음은 퍽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밤잠을 설치게 했던 양궁에 관한한 세계최고 궁수임을 과시했으며, 대회 막판 보여준 여자골프 박인비(28.KB금융그룹) 선수의 '여제 환궁'은 이번 대회 최고의 기록으로서 아깝지 않을 것이다. 4대 메이저대회 석권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함으로써, 남녀 통틀어 골프사상 첫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란 명예를 한 손에 쥔 박인비 선수는 이번대회 출전하기 이전부터 숱한 비난과 부상의 악재와 맞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대회 출전 이전, 네티즌들의 비난은 잇따랐다. 후배들에게 출전권 한 자리를 양보하할 수 없느냐는 얘기였다.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를 2주 앞둔 8월 초까지만 해도, 국가대표로 선발되고서도, 시즌 초 허리 부상에 이은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 등으로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 등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것이 비난의 원인이었던 것.  


특히 2개월여를 쉰 뒤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출전한 국내 여자골프대회인 삼다수 오픈에서 컷 탈락을 당한 뒤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출전한다고 하지 말았어야지. 올림픽 카드 한 장만 날렸다' '국민의 세금으로 리우에 가면서 세금만 축낸 것 같다'는 각종 비난 글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겁한 사람이 되기 싫었다"고 했다.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대회 중계 도중 해설을 맡았던 '슈퍼땅콩' 김미현 프로는 말했다. "포기는 배추 단위를 말할 뿐"이라고. 박인비는 이를 악물었다. '침묵의 암살자'란 닉네임처럼, 경기내내 완전한 포커페이스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먼 거리라 할 지라도 '섬세한' 퍼팅은 여타 선수들의 기를 죽이는 무기였다. 세계 1위 리디아고마저 무릎꿇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여자 골프 종목의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한국 올림픽대표팀에 마지막 9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박인비의 금메달은 가시밭길 뒤에 얻은 영광이기에 더 값지다. 


민생을 최우선한다는 20대 국회가 추경안 처리를 못한 채 넘길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국가와 국민의 안위와 안보는 사라진 채 사드설치를 위한 제3의 대안을 놓고도 갈팡질팡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진퇴를 두고는 권력과 야당은 연일 샅바싸움만 있는 상태며, 추경은 내팽개친 채 검찰은 진퇴가 양난이다. 정파적 갈등에서 비롯된 혼돈은 남남분열과 계층간 분열 뿐이다. 경제는 언제라도 곤두박질 처박힐 조짐이다. 해외선 신용카드 사용이 사상 최대임에도 내수는 사상 최악이라고 중소상공인들은 아우성이다. 투자를 외면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으니 경제 르네상스는 기대난망이다. 오로지 일부 건설 부동산경기만 하늘거리는 촛불 정도다. 노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로 달려가는 사이, 출산절벽 속에 청년실업은 이미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도무지 희망과 꿈을 꾸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단 무기력증에 걸린 사회다. 구원의 메시아를 갈구할 힘이 남아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스포츠를 통해 내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인비 선수를 포함한 우리 올림픽 선수들이 보여준 쾌거는 폭염과 민생고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에겐 희망의 빛줄기였다. 인간에겐 성공과 실패 모두가 다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이세상 어느 누구도 실패를 꿈꾸지는 않는다. 스포츠는, 성공한 자에게는 영광의 면류관이 씌워지겠지만, 비록 실패한 자라 할지라도 다음 대회를 꿈꾸며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가르쳐준다. 분명한 것은, 모든 악조건을 딛고 일어설 때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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