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의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돼온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71)이 8일 "마지막 소명으로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겠다"며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9월2일 열리는 전당대회에 손 전 위원장이 참여함으로써 바른미래당도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손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총선에 우리 당 국회의원이 한 사람이나 나올 수 있을지, 과연 바른미래당이 존속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이런 무기력증과 패배주의의 구렁에서 탈출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온갖 수모와 치욕을 각오하고 제가 감히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당에는 어떤 다른 정당도 갖지 못한 가치가 있다. 안철수, 유승민 두 분의 정치적 결단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며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의 통합을 통한 개혁의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바른미래당 탄생의 대의는 올바른 길이었고 어떤 다른 정당도 갖지 못한 이 소중한 가치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바른미래당은 '미래형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개혁 통합정당으로 우뚝 서야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화학적 결합으로 완성돼야 한다"며 통합정당의 정체성과 과제를 언급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손 전위원장은 "지금은 우리가 통합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바른미래당이 튼튼하게 씨앗을 뿌리고 뿌리를 내려서 앞으로 전개될 정치개혁, 정계개편에 주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계개편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올드보이(old boy)의 귀환'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제가 나이로 보나 정치경력으로 보나 그런 얘기가 맞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개혁의 의지"라고 반박했다.
이날 손 전 위원장 출마 기자회견에는 국민의당 출신 권은희·이동섭·채이배 의원과 이찬열 의원, 김철근 대변인, 김정화 전 부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날 '안철수표 비례1번' 신용현 의원의 여성최고위원 출마 선언에도 동석했다. 안 전 의원 측근인 김도식 전 대표비서실장도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실장 역시 신 의원 출마 선언 당시에도 현장을 찾았었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당내에선 '안심(安心)'의 전당대회 개입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전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오신환 의원이 (이 자리에) 나온다고 했었는데 지금 베트남에 가 있고, 유의동 의원도 나오고자 했는데 지금 미국인가에 가 있다. 꼭 '안철수측 의원'들만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전 의원과의 사전 상의 여부 등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묻지 말라"고 다소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관련, 손 전 위원장은 "안철수 유승민 얘기는 하지 말자. 왜 쓸데없는 논란을 자꾸(만드느냐)"라며 "안 전 의원과, '안철수와 가까운' 의원들, 유승민 의원과, '유승민과 가까운' 의원들 또 바른정당 의원들과도 깊이 접촉을 하고 교류를 하고 제가 출마하는 것에 대해 상의도 하고 동의도 많이 받았다"며 "'안심 논란'은 언론에서 만든 것 아닌가"라고 대꾸했다.
손 전 위원장이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다른 도전자들은 견제에 나섰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장성민 전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선거에 총체적 책임을 지고 핵심 당사자로 역할을 했었던 분이 바로 손 전 위원장이다. 6·13 선거의 대참패로 참혹한 실패를 초래한 책임 당사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위원장은 "제가 모든 책임을 다 갖고 있다"면서도 "바른미래당이 존폐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모든 비난과 조롱, 비아냥을 무릅쓰고 나온 것이다. 바른미래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개혁해야 하기 때문에 저를 버리고, 던지고 나왔다"고 해명했다.
손 전 위원장이 바른미래당의 당권을 쥐고 복귀할 경우 그간 제기되어온 야권재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 전 위원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선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을 거론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