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미국의 물가 충격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초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던 외신들은 연준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도 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14~15일 열리는 FOMC에서 예상보다 큰 폭인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주 회의에서 1994년 이후 최대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CNBC도 0.75%포인트 인상 움직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1994년이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잠재적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냈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에서 제로금리를 해제하고 지난달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과 7월에도 0.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방침을 내보였으나, 최근 불안한 인플레이션 보고서들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있단 기대가 빗나간 것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혼란이 최근 몇달간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발표 이후 월가에선 바클레이스, 제프리스 등은 연준이 이번주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3일에는 뉴욕 연준이 조사 결과 소비자들의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뛰어 올랐다고 발표했다.
투자회사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대처가 늦었고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며 "0.7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연준 관리들이 민첩한 대응을 예고해왔던 만큼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푸자 스리람 미국 경제분석가는 "그들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고 싶다는 것을 꽤 분명히 했다"며 "만약 물가안정이 그들의 계획이라면 더 공격적으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우리가 봐야할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라며 "만약 우리가 이를 보지 못한다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뉴욕 증시는 13일 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 전망 및 경기 침체 우려가 악재로 작용하며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51.23p(3.88%) 하락한 3749.6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로, 올 1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종가 기준으로 약세장에 진입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6.05p(2.79%) 하락한 3만516.74에 거래를 마감해 사상 최고치에서 17% 하락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530.79p(4.68%) 떨어진 1만809.23으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