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서울 토박이로 이수중학교를 거쳐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서울대 문과계열로 지원했는데 실패하고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재수를 하다보니 이왕 재수할 바에는 의과대학으로 진학을 해야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고 결국 가톨릭의대에 입학, 이렇게 의사로서 모교 교수로 나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의사는 고생하는 직업이니 그냥 법학이나 경영학 전공해서 대기업에서 직장생활 하는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의대에 진학했고, 나름 힘들다는 내과를 택해 오늘까지 열심히 환자치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도전 의식은, 의사고시 수석합격이라는 영예를 안겼고 보통 의대 졸업생들이 잘 택하지 않는 KAIST 면역학 박사과정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학박사가 아닌 이학박사 학위를 가진 내과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기초의학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알아야만 진정한 내과 전문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고, 결국 KAIST에 진학해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제 나름 제 진료분야에서 중요한 연구실적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개원의나 대학병원 교수님들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한달에 3~4번 불려 다닐 정도로 나름 인정도 받고 있습니다.(자랑해서 미안하다며 쑥스러워 함)
내과 전문의가 된 것에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성필수 교수는 “간암4기로 다른 병원에서 ‘더 이상 할게 없다’며 이원한 환자를 지극 정성으로 치료하고 급기야 불가능해 보이던 간이식(간 기증자는 특이한 케이스로 조카)을 성공시켜 종양이 하나도 없다는 결과를 얻어냈을 때 정말 내과 전문의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 간질환 환자로 오인해 간관련 치료를 받던 환자를 간질환이 아닌 기생충(개회충)에 감염되어 있다고 밝혀내 치료에 성공함으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일도 기억에 남는 치료였다고 밝혔다.
성 교수의 배우자도 의대 출신이라 현재 두 자녀에 대해 “성적만 된다면야 당연히 의대를 보내야죠”라며 “우리 가족이 의사 가족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성 교수를 서울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만나 간암의 원인과 최근의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간암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간암은 간을 이루는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무한정 증식하면서 간 전체와 다른 장기로 퍼져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입니다. 간암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간경변이나 만성 간염이 있는 환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기존 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오른쪽 윗배 통증,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등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간암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흔히 간암의 원인이 술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입니다. B형 간염에 감염된 경우 정상인 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50~100배 높습니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약 60%는 B형 간염, 10%는 C형 간염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간경변증 환자는 간암 발생 확률이 4배 이상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정기적인 검사를 받지 않으시던 고령의 지방간 환자분들이 거대 간암으로 내원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앞으로는 고령화사회에 발맞추어 이런 사례들이 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간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생각됩니다.
간암의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간암 치료는 암의 진행 정도(TNM 병기), 간 기능 상태,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조기 간암의 경우 간절제술이나 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진행된 간암에서는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경동맥화학색전술, 방사선 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병용하는 방법이 등장하면서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면역항암 복합치료가 진행성 간암 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간암의 치료에서 전신 치료의 비중은 50~60%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조기 발견이 흔하지 않고, 수술적 절제나 국소 치료 이후의 재발률이나 진행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간암의 치료 성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이처럼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체중 감소, 통증, 식욕부진, 복수 등의 증상이 생긴 이후 병원을 찾아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2008년도부터 2014년까지 전국의 간암등록사업에 등록된 ‘치료받지 않은’ 간암 환자 1,045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이 간세포암 진단받은 나이는 59.55세였으며 이들의 생존기간 중간값은 불과 3개월이었습니다. 이는 치료받지 않는 환자들의 대다수가 진행성 간암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등장한 면역기반 항암요법은 기존 항암제와 달리 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암을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법입니다. 2022년부터 급여가 되기 시작한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을 병용하는 면역기반 항암요법이 간암 1차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간암환자에서는 전반적으로 면역기반 항암요법의 생존율이 렌바티닙과 같은 표적치료제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면역항암제 치료는 간 기능 보존에 유리해서 표적치료제보다 장기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약 30% 정도의 객관적 반응률을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치료 전략이 필요합니다.

간동맥 항암주입술이 진행성 간암 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하고 세포독성 항암제를 포트를 통해 간동맥에 직접 주입해 간암에 고용량의 항암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이 독보적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이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항암제를 투여하면 전신 부작용이 적게 발생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로 침윤성이면서 간문맥 침범을 동반한 진행성 간암 환자에 적용하고 있으며, 경동맥화학색전술에 반응이 없는 환자도 고려합니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는 ‘5-플루오로우라실(5-fluorouracil)’과 ‘시스플라틴(cisplatin)’입니다. 간동맥항암화학주입술 또한 최근 보고된 임상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진행성 간암에서 약 40%에 이르는 반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간동맥항암주입술에 대한 많은 임상연구를 진행하였는데요, 최근 간동맥항암주입술과 면역기반치료를 비교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였고, 간동맥항암주입술이 면역기반치료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생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또한 저는 올해 3월 국제복부영상학회지에 면역항암기반 복합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동맥항암주입술을 시행했을 때 반응률이 43.6%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면역항암제 실패 후 2차 치료중 가장 반응률이 좋은 결과입니다.

간이식은 간암 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간암은 재발이 잦은 종양입니다. 수술 후 남아 있는 미세한 암세포,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 조직 손상, 그리고 면역 기능 저하 등이 재발의 주요 원인입니다. 따라서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중요하며,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간이식은 간암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병든 간을 건강한 간으로 대체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초기 간암 환자에게 간이식을 시행하면 생존율이 크게 증가합니다. 하지만 공여자의 부족과 비용 문제로 인해 모든 환자가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저희 병원에서는 진행성 간암 환자도 면역기반치료 혹은 간동맥주입술을 통하여 간이식이 가능한 상태까지 ‘다운스테이징’하여 많은 환자분들께 완치의 기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처음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분들이 결국 간이식으로 완치 판정을 받는 것을 보면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간암 예방을 위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요?
간암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B형, C형 간염 예방 및 관리입니다. 예방 접종을 받고, 정기적인 간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금주, 균형 잡힌 식단 유지, 비만 예방, 간독성 약물 피하기 등의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간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행이 빠른 질환이지만,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간암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꼭 받으시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여 최적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