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필호 기자]"형제가 제주 추자도 낚시에 나섰는데 아직 생사 확인이 안 돼 마을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제주 추자도 해상 어선 전복 사고 실종자와 희생자 중에는 우애가 남다른 형제와 바다낚시 동호회 회원 등이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낚시꾼과 선장 등 20여 명이 탑승한 해남 선적 9.77t급 낚시 어선 돌고래호는 지난 5일 오후 7시44분께 제주 추자도 부근 해상에서 전복됐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10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 해남군 북평면 한 마을에 거주하는 김모(44)씨는 서울에서 온 셋째 형(47)과 함께 추자도 낚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는 실종됐다.
마을에서 자녀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형제의 어머니는 사고소식을 들은 뒤 쓰러져 주민들이 곁을 지키고 있다.
김씨 형제의 안타까운 사정에 이들의 친구들은 생계를 뒤로하고 가족을 대신해 수소문에 나서고 있다.
마을주민 이모(43)씨는 "막내 김씨와 초등학교 때부터 한마을에서 자랐다. 2년 전 김씨 형제 둘째 형의 장례를 치렀다. 안타까운 일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떨어져 살았지만 형제애가 돈독해 마을주민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사고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을 전체가 초상집으로 바뀌어 버렸다. 혼자 계신 어머니 옆에는 며느리들이 내려와 있지만, 식사도 제때 하지 못한 채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마을에서는 김씨 형제와 선장 김모(46)씨 등 3명이 사고를 당했다.
돌고래호에는 부산 지역 낚시 동호회 회원 9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심모(42)씨와 동생(39)도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동생은 숨진 채 발견돼 해남 모 병원에 안치됐으며 형은 아직 실종 상태다.
해남으로 달려온 동호회 회원은 "심씨 형제들은 낚시를 좋아해 함께 자주 다녔다. 3년전부터는 동호회에 가입해 남다른 활동을 보여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숨진 채 발견된 또 다른 김모(49·부산)씨는 지난달 아들을 군대에 보낸 뒤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낚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지인은 "아들이 군대 가기 직전 훈련소에서 찍은 사진을 동호회 사이트에 게시하기도 했다. 아들 사랑이 남달랐다. 휴가 나온 아들과 꼭 낚시하겠다고 글을 남겼는데 사고를 당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