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필호 기자] 부산의 향토 소주업체인 대선주조가 갑작스럽게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주조 측은 이와 관련, "재고 물량 조절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경쟁사의 공격 경영으로 시장점유율이 악화되고 '빈병 보조금 인상'에 따른 수집상의 사재기로 인해 빈병 부족현상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선주조는 지난 20일 부산 기장군 생산공장의 가동을 하룻동안 중단했다. 21일부터는 정상 가동 중이다. 기장공장의 하루 평균 소주 생산량은 24만∼28만병이다.
주류업계는 이 같은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주는 유통기한이 없다. 재고나 유통기한 때문에 생산공장을 놀리지 않는다. 소량이라도 공장은 계속 가동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출고가 곧 매출이기 때문에 흔치 않은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1996년 시원(C1)소주 출시로 부산 지역 점유율 최고 80%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대선주조는 1930년 부산에서 설립돼 향토 소주 업체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부도를 내며 위기를 맞았다. 2004년 푸르밀(당시 롯데햄우유)의 인수로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200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다시 넘어가면서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5배에 달하는 차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먹튀' 논란에 분노한 부산 민심은 경남 기반 주류기업인 경쟁사 '무학'으로 향했다. 2009년에는 무학 '좋은데이'의 시장점유율이 70퍼센트를 넘으며 대선주조를 역전했다. 2011년 부산의 비엔그룹이 인수하며 재기에 나섰으나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전국구 브랜드의 부산 공략으로 고심하고 있다.
대선주조는 현재 시원(19도), 예(16.7도), '시원블루'(18도), 과일리큐르 제품인 '시원블루 자몽'(14도) 등을 출시 중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 무학은 60~70%, 대선주조는 20~30%,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이 5~10% 점유율을 차지한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먹튀' 논란에 불똥이 튀어 부산 민심을 잃은 뒤부터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고심하고 있다"며 "이미 무학의 위치가 견고해 신제품 출시에도 시장 반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공장중단은) 목표량, 재고물량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빈병 회수율은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업계는 공장 가동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물량을 조절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