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지만, 사실 금서야말로 사회상을 읽는 가장 정확한 척도다. 최근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금서 특별전은 이런 의미에서 주목할만 하다. 소설가 이태준이 평양에서 발표한 ‘쏘련기행’ 원본 등 희귀자료를 대거 선보인 이번 전시는 세계의 금서를 통해 당대 민초들의 삶과 지배체제, 그리고 권력과 투쟁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검열제도 시민혁명 이후 종식검열제도의 시초는 종교다. 14세기경 로마교황청은 이단을 단속하고자 검열제도를 창시했다. 새로운 우주관을 담고 있는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등은 신의 권위에 도전하고 기성 사회질서에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으로 금서 처분을 받았다. 군주들은 이 검열제도를 재빨리 들여와 정치적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시민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18세기 이후, 시민사상을 담은 책들은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혔다. 루소의 ‘에밀’은 기독교의 원죄설을 거부하는 등 기성 종교에 이의를 제기해 권력자들로부터 위험한 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구에서 검열과 허가의 제도가 없어진 것은 주로 시민혁명 이후다. 검열제도를 반대했던 밀턴은 어떤 사상이 옳으
‘올림픽 108년, 그리고 손기정’ 손기정 선수는 한국인에게 올림픽과 관련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다. 그는 한 시대에 족적을 남긴 최고의 마라토너이자 민족의 자존심이었으며, 슬픈 민족 역사의 상징이다. 8월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전관 신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올림픽 108년, 그리고 손기정’ 사진전은 아테네 올림픽을 맞이해 손기정을 생생히 회고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모아온 사진과 유품을 공개하는 강형구 화백은 “신화의 주인공보다는 실화의 주인공으로서 손기정의 개념이 바뀌는 앞으로의 시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승한 올림픽 선수들을 위해 열린 환영회 모습(좌로부터 무라코소, 손기정, 나오토다지마, 니시다) 우승 후 선수촌에서 독일 경비병과 함께 찍은 사진.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 시절의 손기정 선수. 당시 투구, 세계적 희귀품전시는 미공개 사진자료 300여점을 포함 총 1,200여점의 사진과 유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2전시에서는 올림픽 역사가 담긴 2,300여점의 사진자료와 기념 우표 등을 선보여 올림픽 정신도 함께 되새기는 자리가 되도록 구성했다. 손기정 관련 전시 중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는 ‘마라토너 손기정’
초청작 3편, 아마추어 경연 11편 공연 연극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고 공동체의 통합을 도모하는 김천전국가족연극제가 올해로 3회를 맞는다. 김천시 한국예총 김천지부 주최로 시작된 가족연극제는 ‘가족’이라는 차별화가 뚜렷한 테마와 선진적 ‘관’의 문화 마인드, 그리고 ‘민’의 적극적 참여로 대표적인 지역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달 13~17일 김천문화예술회관과 문화회관, 직지문화공원 등지에서 펼쳐지는 이번 연극제는 초청공연 3팀, 본선 경연 11팀이 참가한다. 개막작 ‘단군’, 폐막작 천상시계‘행사는 13일 오후 3시 김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개막식 및 개막 축하 공연과 함께 시작된다. 개막작은 극단 십년후의 ‘단군’(송열일 연출, 고동희 작).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한민족의 건국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고동희 작가는 “신화를 소재로 한 연극이 가지고 쉬운 상투적 구성에서 벗어나 단군 탄생까지의 과정을 새로운 시도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폐막작으로는 조선 세종 때의 천재적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극단 아리랑의 창작 뮤지컬 ‘천상시계’(방은미 연출, 김남채 작)가 공연된다. 논픽션과 픽션이 퍼즐을 맞추는 듯 어우러지는 구성,
리처드 던컨 지음 국일 증권경제연구소 펴냄 / 18,000원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제적 위험수준이 가장 높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가 신기루라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력은 무엇일까? 신용 거품 경제의 악순환은 끊을 수 있는 것일까? ‘세계 경제의 몰락 - 달러의 위기’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근거 없는 호황1930년대 이후로 세계는 경제적으로나 산업적인 면에서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은 파산 하고 있는 실정이며 국가마저도 파산을 선포하고 IMF에 돈을 구걸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세계 경제는 발전을 거듭한다면서도 점차 악화되는 것일까? 이 책은 그것이 미국의 ‘거대한 신용 창조’ 때문이라고 답한다. ‘뿌리 없는 부의 창조’ 혹은 ‘근거 없는 호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신용 거품’은 세계 경제를 ‘모래성’ 위에 쌓아버렸다는 것이다. 달러화가 만든 신용은 그저 거품이라는 것이 바로 문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적자를 자신의 흑자로 메워 경제 성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이 베푼 선의가 거품이라면 흑자 국가의 모습
무제 문서 가죽과 구슬의 행복한 만남 전통과 현대예술의 조화, 디지털시대 갖바치 최남선 외모부터 범상치 않았다.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작은 키와 짧은 컷트머리, 사각 뿔테안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조각천으로 얼기설기 대충 만든 듯한 옷과 덜렁덜렁 매달려있는 난생 처음 보는 가죽 귀걸이, 그리고 옷 색깔과 맞춘 듯한 화려한 구슬 목걸이였다. 젊은 세대가 그런 차림새로 번화가를 다닌다 해도 주목받을 터, 그녀의 나이는 올해 56세다. 남다른 개성으로 어디서든 톡톡 튀는 그녀의 이름은 최남선, 직업은 가죽 공예가이자 구슬 아티스트다. 스승 없이 독학한 피혁공예 2001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가죽옻칠함’으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유수 대회 수상경력이 화려한 그녀는 국내에 몇 안되는 전통 가죽공예가 중 한명이다. 숙명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오다 둘째 아이가 세 살 되던 40세에 “이대로 늙을 순 없다”는 오기가 생겨 동대학원 공예과에 입학, 본격적인 갖바치의 길을 걸었다. “가족들은 물론 다들 독하다고 혀를 내돌렸을 정도”로 독기를 품고 다시 시작한 공부, 그러나 피혁공예를 가르쳐줄 스승이 없어 어려움
무제 문서 잘 익은 비누 맛 보실래요? 내 피부에 꼭 맞는 비누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수제비누 동호회 ‘안개 향기’ 물질적 가치보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떠오르면서 천연비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비누가 각종 화학품과 방부제로 범벅됐으며, 천연비누가 화장품 못지 않은 미용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더 이상 슈퍼마켓에서 비누를 사지 않겠다’고 결심한 개성파도 늘어나는 추세. 그렇다면 이들은 비누 없이 세수하나? 비누 만들기 동호회 ‘안개 향기’ 회원들은 비누 공장이 만들어지기 이전 8∼19세기 작업 방식으로 비누를 직접 제작한다. 귀찮지 않냐구? 이들을 입을 모아 말한다. “천만에, 쉽고 재미있고 행복하다.” 선물용으로 인기 많아 비누 향기 가득한 서울 성동구 도선동의 공예전문 카페 ‘지랑예랑’. 비누를 만들기 위해 각 지에서 모인 10여명의 회원들이 운영자 최윤석(31 공예 전문 강사·카페 ‘지랑예랑’ 사장) 씨의 설명에 따라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다. 이날 만든 비누는 반제된 베이스 비누를 녹여 모양, 색, 향을 결정하는 MP법에 의한 일
무제 문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사 무료로 영정사진 찍어주기 20여 년, 공무원 유종산 씨 살아가면서 우리는 숱한 사진을 찍는다. 아기 때 재롱떠는 모습부터 입학, 졸업, 결혼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뒤적이다보면 한 인간의 역사가 눈에 아른댄다. 인생을 통틀어 찍었고, 찍을 수많은 사진들, 그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 하나만 꼽으라면 어떤 사진일까? 아마도 삶을 마감한 후, 나를 대신해 친지, 친구들을 맞이할 영정사진이 아닐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 주민등록증 사진을 확대해 썼어요. 사진 상태가 너무 엉망이라 못내 죄스럽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유종산(53 공무원) 씨는 1977년 부친 장례식에 제대로 된 사진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한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시작한 무료로 영정사진 찍어주는 자원봉사는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상은 주로 사회복지시설이나 양로원에 위탁된, 혹은 생활보호대상이거나 저소득층가정의 노인들을 찍는다. 그간 4,000명에 육박하는 인물들이 그의 카메라에 잡혔고, 수많은 사연과 추억들을 남겼다. “상계동시립요양원에 거의 움직이
무제 문서 “탐정 되지 말고 그냥 즐겨라” 아시아 최고 일류전 매직의 일인자, 재일교포 마술사 유지 야스다 조물주의 마법으로 계절이 바뀌고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던 11월11일, 거리를 온통 카펫처럼 뒤덮은 은행잎을 밟으며 서울 정동 제일화재 세실극장으로 향했다. 공연장 안은 쌀쌀한 바깥 기운과 달리 열기가 감돌았다. 이내 노란색으로 물들인 긴 머리를 흔들며 상기된 표정의 한 남자가 다가왔다. 리허설이 한창이던 재일교포 마술사 유지 야스다(44). 한국어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당초 염려에 멋지게 어퍼컷을 날리며 그가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청했다. 마술사 정성모와 의형제지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꼭 한번은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때마침 아우 성모가 제안해 이렇게 이뤄지게 됐습니다.” 그는 조금 흥분돼 있었다. 소풍가는 전날 설레는 마음으로 잠 못 이루는 아이같다고 할까? 한국국적을 지녔음에도 이제야 처음 갖는 국내공연, 그리고 아우와의 조인트, 당연히 심장이 안 뛰고 배기겠는가. 유명 마술사이자 현 서일대학 레크레이션학과 마술 담당교수인 정성모 씨와 그는 의형제지간이다. 3년전 미국 라스베가스
무제 문서 공연 냉정과 열정사이 최근 영화로도 개봉된 베스트셀러 ‘냉정과 열정사이’를 연극화한 작품. 두 남녀가 세월이 지나 그들이 겪었던 사랑을 진한 그리움과 함께 전혀 다른 시각으로 그려냈다. 영화와 미술, 연극을 혼합한 새로운 공연 형태로, 연극 스토리의 일부를 영상으로 제작해 자유로운 시공간을 확보, 두 주인공의 내면을 분리했다. 설치미술을 무대세트로 적극 활용, 미적요소를 강조했다. 11월30일까지/ 정미소 문의 : 02-3672-3001 고곤의 선물 ‘에쿠우스’ ‘아마데우스’ 등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 피터 쉐퍼의 최고 완성작. 신화성의 극대화와 인간과 도덕관습에 관해 탐구한다. 탁월한 희곡을 남긴 천재 작가 에드워드 딤슨의 죽음을 추적해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며, 인간의 자유와 진정한 예술혼에 대해 질문한다. TV를 통해 관객에게 익숙한 정동환 타이틀롤. 11월20일∼11월30일/ 동숭아트센터 대극장 문의 : 02-764-5262 울 할아버지 꽃상여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주제를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그려낸 창작극. 전통과 현대로 대변되는 할아버지와 손녀간의 따뜻한 정과 이해를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화해를 제시한다. 이제는 시골
무제 문서 인생에 대한 반추 ‘이름없는 작은 책’ 스페인 ‘어린이 및 청소년 문학상’ 수상, 책 완성 과정 의인화한 우화집 ‘나는 왜 저 친구처럼 공부를 잘하지 못하지?’ ‘저 친구보다 노래를 잘할 수는 없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열등감과 불만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한 적도 있을지 모른다. 꼬마 이야기책도 지금 이런 고민에 빠져있다. 또래 다른 아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심지어 멋진 그림도 그려져 있는데, 이야기책은 아직도 ‘옛날 옛적에…’와 ‘끝’, 이렇게 단 두 줄로만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호세 안토니오 미얀 지음/페리코 파스토르 그림/ 유혜경 옮김/ 큰나무/ 7,000원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어린 시절 이야기책의 엄마는 유명한 과학잡지고, 아빠는 시민법전 시리즈다. 늘 심각한 책들과 회의하느라 바쁜 그들은 이야기책이 자라지 않는 것이 최대 고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야기책은 백과사전에게 자신이 왜 자라지 않는지 물어보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그는 그 과정에서 예쁜책, 낡은책, 외국에서 들어온 책, 만화책, 복사본 등 다양한 책들을 만나고, 책벌레로부터 사전을 구해주기도 한다.
무제 문서 변강쇠와 옹녀 제 5강 호녀(好女) 방랑시인 김삿갓은 산천경계를 구경하면서 천하를 주유했다. 고생도 많지만 때로는 즐거운 일도 더러는 있었다. 그는 단천 땅을 지나갔다. 단천에 한 노처녀가 있어서 사람들이 이 노처녀를 김삿갓한테 중매를 섰다. 그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김삿갓이 장가를 들었다. 그로서는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 신랑신부는 다른 신혼부부들이 하듯 식을 올리고 첫 밤을 맞았고 그 첫 행사도 치렀다. 첫 행사를 치른 다음 이 방랑시인의 짓궂은 장난 끼가 발동했다. 그는 붓을 들어서 아내의 치마폭에다 한 수의 시를 휘갈겨 썼다. 모심내활 필과타인(毛深內闊 必過他人) 털이 깊고 그 속이 넓으니 틀림없이 이미 다른 사내가 지나갔도다. 신랑이 휘갈겨 쓰는 시를 본 신부는 어이 없어했다. 가세가 가난해서 나이 많도록 시집을 못 가고 노처녀가 되었다고 신랑이 처녀성을 의심하니 억울하기도 하다. 그러나 신부는 아무 말 않고 신랑의 붓을 넘겨받아서 한 폭의 시로 화답한다. 남산황율불봉개,계변양류불우장(南山黃栗不蜂開, 溪邊楊柳不雨長) 남산의 누런 밤송이 벌이 쏘지 않아도 열리고, 시냇가 버들가지 비가 오지 않아도 자란다오
무제 문서 카메라 렌즈에 담긴 한국사회 담론 돈과 권력, 섹스… ‘여섯 사진작가 - 여섯 개의 CODE 읽어보기’展 기자의 무식함으로 고백하건데 솔직히 사진은 정말 모르겠다. 고작해야 ‘여기 경치 멋있다’ ‘이 여자 예쁜데’ 등의 평가가 전부다. 극사실주의 회화를 보면서 단지 ‘우와 진짜 사진같다’고 감탄하던 것과 마찬가지 감흥이다. 아웃포커스를 이용해 사진의 느낌이 어떻고, 빛의 방향이 어때 사물의 형체가 이렇구나 식의 전문가적인 평가는 애초에 무리한 요구다. 그런데 고맙게도 주제를 미리 알려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작가의 의도를 웬만큼은 짐작케하는 사진전이 마련됐다.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내년 1월31일까지 열리는 ‘여섯 사진작가 - 여섯 개의 CODE 읽어보기’가 바로 그것. 작가들은 저마다 개성있는 방식으로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work - 고명근 일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아니 구성하는 근본이자 근간이다. 일을 통해 모든 것이 만들어지고 창조된다. 또한 생물들은 일을 통해 생명을 영위한다. 일은 인간만의 소유가 아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물론이거니와 무생물도 자신의 소임을 담당하지 못하면 폐기
무제 문서 그녀보다 영화가 뜨거울 수 있을까 스크린에 펼쳐진 멕시코 천재 여류 화가의 자화상 '프리다' 장애인, 양성애자, 공산주의자, 바람둥이 예술가의 아내, 멕시코의 천재 화가라는 다중의 정체성을 안고 뜨겁게 살았던 프리다 칼로. 그녀의 삶과 예술은 각국 언어로 100권 이상의 책을 통해 소개됐으며, 최근에는 미국에서 라틴계 여성 최초로 기념우표가 제작될 만큼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불꽃같은 삶을 그린 영화 ‘프리다’ 또한 그녀의 생애 만큼 무성한 소문과 관심으로 헐리우드를 달구었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프리다의 이름 하나로 모여들었고, 미라멕스는 흔쾌히 투자 계약서에 서명했다. 프리다 역을 둘러싸고 마돈나와 제니퍼 로페즈 등이 탐을 냈지만, 셀마 헤이엑이 주연으로 낙찰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는 프리다 칼로 만큼 매혹적이고 감동적일까? 미술팬과 영화팬, 그리고 프리다의 삶을 경탄하는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프리다’가 마침내 뚜껑을 열었다. 평이한 전기영화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 영화는 프리다 생애의 두 가지 상처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는 온몸을 산산조각낸 교통사고. 어린 시절의 버스 충돌 사고로 프리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