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변론에서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하는 경우를 전제로 최종변론에서 임기단축 개헌을 제시했다.
25일 열린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12·3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최종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발표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윤 대통령이 의견서를 통해 자신에 대한 탄핵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개헌"을 직접 거론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헌법재판관들과 탄핵 찬반 여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최종 의견 진술을 통해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하는 경우를 전제로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결국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가치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변화된 시대에 맞지 않는 '87체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개헌의 당위성을 제시하면서, 윤 대통령은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러 전직 대통령들이 후보 시절 공약하고도 이행하지 못한 청와대 국민 반환도 당선 직후 바로 추진하고 이행한 바 있다"면서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정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시사했다. 이는 대통령 권한을 책임총리 등에게 제도적으로 분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 대통령이 이날 최종변론에서 개헌을 직접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탄핵심판의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여권에서는 임기단축 개헌이 윤 대통령 최후진술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임기단축 개헌에 당초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측 대리인은 개헌에 대해 "탄핵을 면하기 위해 조건부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개헌과 같은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재판관들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개헌을 제시한 배경에는 대통령 권한 분산과 더불어 임기 단축을 약속함으로써 탄핵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선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면 개헌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